세상이야기/읽어볼 만한 책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지음 / 문학동네 2021

思美 2025. 2. 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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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부커상 수상 이후 5년 한강 문학이 도달한 곳

[소개하고 싶은 구절]

-말없이 우리는 남은 국수를 먹었다. 누군가를 오래 만나다보면 어떤 순간에 말을 아껴야 하는지 어렴풋이 배우게 된다. p75

-그때까지 난 전혀 몰랐어. 외조부모님이 안 계시고 친척이 큰이모 식구들뿐인 게 그저 유난히 엄마 형제가 적은 거라고 생각했지. 아마 나 밀고도 많은 아이들이 그랬을 거야. 그때도 지금도 어른들은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니까. p85

-젖은 아스팔트 위로 눈이 내려앉을 때마다 그것들이 잠시 망설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그래야지......라고 습관적으로 대화를 맺는 사람의 탄식하는 말투처럼, 끝이 가까워질수록 정적을 닮아가는 음악의 종지부처럼, 누군가의 어깨에 얹으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려뜨리는 손끝처럼 눈송이들이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았다가 이내 흔적없이 사라진다. p89

-집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총소리가 들렸던 팽나무 아래로 달려가보니 일곱명이 죽어 있었대. 그중 한 사람이 할아버지였어. 가호마다 주민 명부를 대조한 군인들이, 집에 없는 남자가 무장대에 들어간 걸로 간주하고 남은 가족을 대살(代殺)한 거야. p218

-나는 바닷고기를 안 먹어요. 그 시국 때는 흉년에다가 젖먹이까지 딸려 있으니까, 내가 안 먹어 젖이 안 나오면 새끼가 죽을 형편이니 할 수 없이 닥치는대로 먹었지요. 하지만 살 만해진 다음부터는 이날까지 한 점도 안 먹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갯것들이 다 뜯어먹었을 거 아닙니까? p225

-그 어린 것이 집까지 기어오멍 무신 생각을 해시크냐? 어멍 아방은 숨 끊어져그네 옆에 누엉 이신디 캄캄한 보리왔에서 집까지 올 적에난, 심부름 간 언니들이 돌아올 걸 생각해실 거 아니라? 언니들이 저를 구해줄 거라 생각해실 거 아니라? p252

-그 후로는 엄마가 모은 자료가 없어, 삼십사 년 동안.

인선의 말을 나는 입속으로 되풀이한다. 삼십사 년.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p281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라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311

[함께 하고 싶은 메시지]

제주 4.3!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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