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늦게 들어와 늦잠을 자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요즘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친구인데 산에 같이 가자고 하니, 이 아니 즐거운가. 친구와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하며 발을 식히려고 계곡에 발을 담그는데 아직 물이 차다. 늘 오를 때면 얼굴을 씻고 내려올 때면 발을 씻던 곳이다. 발이 너무 차 물가에 앉아 물속을 들여다보는 데 뭔가 움직인다. 가재다.
▲ 가재 |
얼마나 이 계곡을 오르내렸는데.. 처음 가재를 만났다. 있다는 얘기는 일찍부터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 가재 |
아직 어린 가재인데 너무 귀엽다. 1급수에만 산다는데 관악산 계곡은 아직 깨끗한 모양이다.
▲ 가재 |
환경부에서 2012년에 가재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관찰종으로 지정하였다. 좀 지켜보자는 것이다. 잃었던 아이를 찾은 것처럼 반가워서 한참을 바라다보고 또 보았다. 항상 만나고 관악산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며 아기가재랑 헤어졌다. 예부터 어디서든지 도랑을 치다보면 잡히던 가재였는데 귀한 몸이 되었다.
아기도롱뇽은 이제 앞다리가 쏙 뒷다리도 쏙 나왔다.
▲ 도롱뇽 |
초입에서 병아리난초를 만났다. 정말 작다. 병아리보다도 훨씬 더.
▲ 병아리난초 |
너무 앙증맞게 작은 꽃을 달고 있어 잘 살펴야 볼 수 있다.
▲ 병아리난초 |
고등학교 1학년 때 ‘병아리’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덩치도 작고 이름에 ‘병’자가 있어 자연스럽게 ‘병아리’가 되었다. 이 친구는 그 후 계속 자라 지금은 거의 0.1톤에 달하는 데도 친구들이 만나면 아직도 ‘병아라’라고 부른다. 병아리난초는 그 친구만큼 커지는 못하겠지만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 병아리난초 |
나나벌이난초 군락지도 만났다.
▲ 나나벌이난초 |
병아리난초보다는 큰 키로 많은 꽃을 피우고 있다. 이 근처 나나니벌도 많은 모양이다.
▲ 나나벌이난초 |
잠시 그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쉬어 가려고 앉았는데 병아리난초와 나나벌이난초가 같이 자라고 있다. 생육조건이 비슷한 모양이다.
▲ 병아리난초와 나나벌이난초 |
작살나무도 예쁜 꽃들을 피우고 있다. 줄기가 고기 잡는 작살처럼 ↓모양으로 생겨 작살나무가 되었다.
▲ 작살나무 |
가을에 보석같이 아름다운 보라색 열매가 달려서 중국서는 자주(紫珠)라 부른다.
▲ 좀작살나무 |
털중나리는 여전히 예쁘다.
▲ 털중나리 |
절벽 바위틈을 피는 털중나리는 더 아름답다.
▲ 털중나리 |
이제 까치수염도 자주 보인다.
▲ 까치수염 |
미역줄기를 닮았다는 미역줄나무도 재미나게 생긴 꽃들을 피우고 있다.
▲ 미역줄나무 |
그런데 어디가 미역을 닮았는지를 암만 봐도 모르겠다.
▲ 미역줄나무 |
팥배나무 열매는 점점 팥을 닮아가고 있다.
▲ 팥배나무 |
계곡에 물 마시러 오는 노루는 안 보여도 노루오줌은 더러 눈에 띈다.
▲ 노루오줌 |
버찌가 까맣게 익었다. 친구가 코피를 흘리고 있어 놀라 가보니 잘 익은 버찌를 따 피를 연출하고 있었다.
▲ 버찌 |
수영장 명물 엉덩이바위는 여전히 소나무를 유혹하고 있다.
▲ 엉덩이바위 |
전차바위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시며 쉬어간다..
▲ 전차바위 |
미역줄나무와 산딸나무가 서로 꽃을 자랑하고 있다. 허나 이제 피기 시작한 미역줄나무 꽃이, 지고 있는 산딸나무 꽃을 압도한다. 나비들이 미역줄나무로만 날아든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는데 권력에 누수가 생긴 줄도 모르는 사람만 안타깝다.
▲ 미역줄나무와 산딸나무 |
친구가 이리 좋은 곳을, 젊은 시절 바로 옆에 두고도 몰랐다고 후회하며 산을 내려왔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