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한겨레온 85

경산시립박물관 2024 박물관대학 개강식

경산시립박물관에서 개설한 2024년 제18기 박물관대학 개강식이 있는 날이다. 식전 행사로 경산시 현악5중주단이 귀에 익은 곡들을 들려주었다.시장 인사말을 경산시 복지문화국장이 대독했다. 지난 총선에서 최경환 후보를 힘겹게 꺾고 당선된 조지연 당선자가 축사했다. 교육의 도시 경산에 13개 대학이 있는 줄 알았는데 박물관대학까지 총 14개였다고 한다. 앞으로 4년간 초심을 잃지 않고 의정 활동해 주길 빈다. 관장이 나와 인사말을 하고 팀장이 박물관 홍보 동영상도 보여주고 현황도 설명해주었다. 총 15,514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단다. 담당자가 강좌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었다. 그동안 박물관대학을 수료한 사람들이 만든 ‘문화사랑’ 임원들이 ‘문화사랑’ 소개도 해주었다. 문화사랑 수석부회장은 경산에 있는 13개..

경산 봄나들이

대구 친구 둘이 경산에 봄나들이 왔다. 대형건설사를 정년퇴직한 한 친구는 신천국민학교로 전학을 온 이래 평생 신천동에 살아오신 어머니를 모시러 21년 말에 대구로 내려왔었다. 고령이 고향인 다른 친구는 대학 입학 후 시작한 서울 생활을 접고 작년 말 고령 근처 구지로 이사 왔다. 가끔 삼휴정에서 같이 쉬던 귀향민 셋이 봄바람 좀 쐬기로 한 것이다. 일단 ‘국수 쫌 맛있다 카네예~^^’라는 서상길 국숫집에서 잔치국수 말아먹고 경산 코발트광산으로 향했다. 일제가 우리 금과 은을 수탈해 간 곳. 한국전쟁 중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곳이다. 폐광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물을 보고 고령 친구가 수은,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있을 거라고 조심해야 한단다. 위령탑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후손들이 심어놓은 배..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곧 4.3이다. 난 1992년 제주로 일하러 간 치과의사 친구가 이야기해주기 전까지 4.3을 몰랐다. ‘작별하지 않는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 후로는 엄마가 모은 자료가 없어, 삼십사 년 동안. 인선의 말을 나는 입속으로 되풀이한다. 삼십사 년.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 61년부터 94년까지니까 내가 삼십사 년을 살 동안 학교서도 언론에서도 4.3을 이야기하지 않았었다. 잡지사 기자인 경하는 취재할 때 사진기사로 같이하던 동갑내기 프리랜서 인선과 친해진다. 인선이는 제주도 출신이다. 인선이 어머니 가족은 해안에서 5km 이상 떨어진 중산간에 살았던 이유 하나로 엄청난 비극을 맞았다. 13살이었던 인선이 어머니와 17살이었던 이모가 바닷가 당숙네에 심부름 갔다 ..

어깨동무들 봄 소풍

한길 복판 걸어가던 어깨동무들이 봄 소풍 갔다. 계란 삶아 오겠다는 친구를 겨우 말렸다. 이웃에 사는 친구를 내 차로 픽업해 약속 장소로 향했다. 친구는 새 선글라스에 새 모자로 멋 부리고 나왔다. 테무에서 4천 원에 산 선글라스라는데 괜찮아 보였다. 13,000원어치 사면 13,000원어치를 더 주어 결국 2천 원에 산 셈이라는 데 내가 써보니 쓸만했다. 대구 침산동 안경거리에서 안경테 사업을 오래 한 친구가 괜히 걱정이다. 약속 장소인 가창 친구네 동네 진입로가 하필 오늘 가로수 가지치기로 못 들어간다고 고맙게도 친구가 길가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친구가 도착 대구 수목원으로 향한다. 가는 동안 7080 노래 들으며 옛 얘기 나누려고 했는데 목사, 장로, 집사인 친구들 성경 공부를 시작한다...

원동매화축제

친구들과 같이 가려고 일정을 맞추어 보다 다들 바빠 결국 가까운 수목원과 남평문씨본리세거지를 같이 가기로 하고 나 혼자 원동매화축제를 찾았다. 경산역까지 자전거로 가서 2시 30분발 부산행 무궁화호를 탔다. 창밖 들판은 아직 조용하다. 부지런한 농부만 가끔 보인다. 원동역까지는 45분 걸렸다. 3시 15분 도착 원동역을 나오는데 부산 쪽에서 오신 손님들이 많이들 들어오신다. 역 앞에서 오일장 장터까지 원동 특산물과 요즘 유행하는 탕후루, 꽈배기 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큰 길가에는 미나리 삼겹살 가게들이 즐비하다. 일단 난 매화를 찾아 나선다. ​ 우리나라에 이름을 가진 매화들이 많다. 즉 유명(有名)하다는 거다. 가장 유명한 것이 4대 매화라 불리며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순천 선암사 선암매, ..

삼휴정기

삼휴정에 매화피다 경산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되어간다. 작년 초 수영장이 가깝고 전망 또한 너무 좋고 무엇보다 친구 집이 바로 옆이라 주저 없이 계약하고 이사 왔었다. 햇살 좋은 날 베란다에서 친구 책 ‘그저 지나가게 하라’를 읽는데 강희맹의 ‘만휴정기’가 소개되어 있었다. “옛날 당나라 시대 말기의 시인 사공도(司空圖)가 왕관곡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정자를 짓고 그 이름을 '삼휴정(三休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첫째는 재주를 가늠해 보니 쉬는 것이 마땅하고, 둘째는 분수를 헤아려 보니 쉬는 것이 마땅하고, 셋째는 늙어서 망령이 들고 귀까지 멀었으니 쉬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 데 일의 기미와 단서가 만 가지나 되는데, 어찌 쉬어야 할 까닭이 특별히 이 세 가지뿐이겠는..

친구들과 모교를 찾았다

50여 년 전 반장선거 지난 11월 친하게 지내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고향에서 모였다. 뭘 하며 놀까 하다가 모교에 가서 생활기록부를 떼어보기로 했다. 환갑이 넘은 졸업생들이 행정실에 가서 신청했다. 먼지 쌓인 창고를 뒤져 원부를 가져와 복사해줄 줄 알았는데 졸업 연도와 이름만 말하니 컴퓨터에서 바로 찾아 출력해 주었다. 모두 스캔해서 저장되어 있었다. 서로 출력된 생활기록부를 보며 오랜만에 한참을 웃었다. 요즘에는 상상도 못 할 내용들도 적혀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1972년 6학년 때였다. 6학년쯤 되면 1학기 때 반장, 부반장은 누가하고, 2학기 때는 누가 할 것이다 쯤은 다 안다. 좀 더 통솔력이 있고 인기가 좋은 친구가 1학기 때 먼저 반장, 부반장을 한다. 투표 결과 모두의 예상대로 1학기 반장..

야생화 세계로 안내한 은방울꽃

IMF이후 겨우 유지해가던 사업을 접고 삼성 휴대폰 소프트웨어개발 업체에서 일할 때였다. 회사서 금오산 등반을 갔는데 숨이 턱밑까지 차 동료들을 따라잡기도 힘들었다. 저질체력으로 세상 살아가기 힘들 것 같아 주말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용지봉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 봄날 산을 내려오다 잠시 나무 밑에 앉아 쉰 적이 있다. 앉아있다 그대로 뒤로 누웠다. 옆에서 향기가 나 고개를 돌리니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잎아래 너무나 귀여운 작은 꽃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었다. 누워야 보이는 꽃들도 있구나 하며 한참을 보다 가벼운 발길로 산을 내려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난을 좋아하는 한 친구가 KBS방송국에서 하는 야생화 전시회를 보러가자고 했다. 흔쾌히 따라나섰는데 아주 볼 만 했다. 마지막 코너를 도는데 ..

[박효삼] 경주 남산 10. 탑곡 마애불상군

경주 남산 탑골 부처바위를 소개하고 일단 남산이야기를 접을까 한다. 삼릉계곡에서 시작한 남산 탐방이 남산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다. 경주 남산을 보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산을 오를 준비도 안 되신 분들에게 탑곡 마애불상군을 가보라 권하고 싶다. 주차장에서도 가깝고 남산 구석구석 있는 불교 관련 유적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는 곳이다. 남산에 멋진 탑들이 곳곳에 있는데 이 계곡을 탑골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삼층석탑이 있어 그러하다는 말도 있지만 난 부처바위에 새겨진 9층 목탑과 7층 목탑 때문인 것 같다. 옥룡암 뒤편에 높이 약 10미터, 둘레 약 30미터인 큰 바위 사방에 부처님, 탑, 비천상, 승려상, 사자상 등 다양한 형상 34점를 조각해 놓았다. 보물 201호 경주 남산 탑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