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 복판 걸어가던 어깨동무들이 봄 소풍 갔다. 계란 삶아 오겠다는 친구를 겨우 말렸다. 이웃에 사는 친구를 내 차로 픽업해 약속 장소로 향했다. 친구는 새 선글라스에 새 모자로 멋 부리고 나왔다. 테무에서 4천 원에 산 선글라스라는데 괜찮아 보였다. 13,000원어치 사면 13,000원어치를 더 주어 결국 2천 원에 산 셈이라는 데 내가 써보니 쓸만했다. 대구 침산동 안경거리에서 안경테 사업을 오래 한 친구가 괜히 걱정이다. 약속 장소인 가창 친구네 동네 진입로가 하필 오늘 가로수 가지치기로 못 들어간다고 고맙게도 친구가 길가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친구가 도착 대구 수목원으로 향한다. 가는 동안 7080 노래 들으며 옛 얘기 나누려고 했는데 목사, 장로, 집사인 친구들 성경 공부를 시작한다. 목사 친구의 옛날 용맹스럽던 다니엘의 경험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장로 친구는 그 당시 페르시아와 이스라엘 사이 관계를 설명해 준다. 다행히 수목원에 도착하여 주의 선지 엘리야 병거타고 하늘에 올라가던 이야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모임에서 하지 말라는 게 국룰인데 대구에서 목사, 장로, 집사 들을 친구로 두고 살아가는 이상 둘 다 감내해야 한다. 이젠 내가 경지에 오른 건지 둘 다 어느 정도 들을 만하다. 집사 친구가 대구 수목원은 쓰레기 매립장을 지하철 공사에서 나온 흙으로 덮어 조성하여 2002년에 개장하였단다. 1997년 지산동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이 근처에 살았지만 난 처음 가본다. 집사 친구는 출퇴근길에 수목원이 있어 자주 들러 쉬곤 한단다.
수목원을 들어서니 역시 매화꽃들이 반겨 준다. 다른 나무들은 잎도 나지 않았으니 매화가 눈에 확 들어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로 630여 년을 살다 2014년 고사한 정당매(政堂梅) 자손도 꽃을 피웠다.
매화원을 보고 바로 옆 선인장, 다육식물원에 들어갔다. 장로 친구가 어린 시절 예천 이모 집에 갔다가 선인장 가시에 찔린 진짜 아픈 추억을 들려준다.
키 작은 노란 수선화가 옹기종기 모여서 피어 있다.
복수초도 피었다. 목사 친구가 눈을 뚫고 피어나는 복수초를 보면 신기하다고 얘기한다. 가산산성에 가면 군락지가 있다고도 한다. 예쁜 꽃에 이름이 무섭다고 하는 장로 친구, 그 복수(復讐)가 아니고 복 福에 목숨 壽라 얘기해 준다.
집사 친구가 늘 쉬는 장소에 가서 보온병 뜨거운 물로 커피 한 잔씩 타 마시고 장로 친구가 준비한 간식도 먹는다. 종교 관련 식물원에서 집사 친구가 모세가 십계를 받을 때 나오는 떨기나무도 보여준다. 목사 친구는 가시 면류관 만들었다는 가시대추나무를 보며 이스라엘 가면 좀 다르게 생긴 가시나무가 많다고 한다.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 천천히 돌아 나오는데 한 사람이 배를 깔고 엎드려 뭔가를 열심히 찍고 있었다. 노루귀였다.
유실수원에도 매화와 산수유만 꽃을 피웠다.
이 정도로 수목원 탐방은 마치고 옆 동네인 남평문씨 본리 세거지로 향했다. 문익점 후손이 모여 사는 동네인데 요즘 매화꽃이 만발하여 전국에서 구경 오는 곳이다.
이곳 역시 집사 친구가 자주 오는 곳이라 편하게 주차할 곳으로 안내한다. 우리 애들 어렸을 때 눈이 많이 온 날 한번 오고 거의 30여 년 만에 와 본다. 매화만큼이나 흙담도 멋지다.
커다란 문익점 동상 뒤에는 목화밭도 조성해 놓았다. 다들 슬슬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단다. 가창 맛집에서 닭갈비 맛나게 먹고 친구 집 옆에서 커피 한잔하고 오랜만에 간 어깨동무들 봄 소풍을 마무리했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어깨동무들 봄 소풍 < 박효삼 강산들 이야기 < 여행속으로 자연속으로 < 연재 < 기사본문 - 한겨레:온 (han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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