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친구 둘이 경산에 봄나들이 왔다. 대형건설사를 정년퇴직한 한 친구는 신천국민학교로 전학을 온 이래 평생 신천동에 살아오신 어머니를 모시러 21년 말에 대구로 내려왔었다. 고령이 고향인 다른 친구는 대학 입학 후 시작한 서울 생활을 접고 작년 말 고령 근처 구지로 이사 왔다. 가끔 삼휴정에서 같이 쉬던 귀향민 셋이 봄바람 좀 쐬기로 한 것이다. 일단 ‘국수 쫌 맛있다 카네예~^^’라는 서상길 국숫집에서 잔치국수 말아먹고 경산 코발트광산으로 향했다. 일제가 우리 금과 은을 수탈해 간 곳. 한국전쟁 중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곳이다.
폐광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물을 보고 고령 친구가 수은,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있을 거라고 조심해야 한단다. 위령탑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후손들이 심어놓은 배롱나무도 보고, 방치해 놓은 포도밭 걱정도 하고는 대구한의대로 향했다. 대구한의대 가장 높은 곳 한학촌 뒷동산에 진달래가 한창이다. 고령 친구가 진달래는 참꽃으로 먹을 수 있고 철쭉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 했단다.
한학촌 둘러보고 찻집에서 쌍화차 한 잔씩 마신다. 대각정 오르는 길에는 개나리가 이쁘게 피어 있다. 참나리, 개나리도 비슷한 이유로 이름이 붙은 것 같다고 한다. 꽃이 닮았단다. 대각정 바로 앞에 피어 있는 동백꽃을 보고 고령 친구는 동백꽃은 두 번 핀단다. 나무에서 한번, 땅에서 또 한 번.
대각정에서 내려다보는 경산 풍경이 볼만하다.
근처 자리한 삼성현역사문화공원으로 간다. 경산 출신 세 성현 원효, 설총, 일연을 소개하면서 시민들 휴식 공간도 제공해 주는 곳이다. 자두꽃이 한창이다. 조선왕조 황실 문장이 이 자두꽃 즉 오얏꽃이라 했더니 고령 친구는 배꽃인 줄 알았다 한다.
삼성현 역사 문화관을 둘러본다, 신천 친구가 원효대사 무애무(無㝵舞)를 열심히 따라 춘다. 원효와 요석공주, 그 둘의 아들 설총 이야기를 둘러보며 경산이 신라 때는 수도권이었겠구나 생각해 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직접 장 보러 다니는 신천 친구가 요즘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파뿐 아니라 사과도 너무 비싸다고 하길래 경산시장에는 흠집 있는 사과 한 바구니에 5천 원이라고 했더니 당장 사러 가잖다. 경산시장 청과상에 갔더니 가장 싼 게 5개 만원이다. 한 바구니 5천 원짜리 어디 있냐니까 주인아주머니 구석기시대 얘기하고 있다며 나무란다. 그 시대 다시 오길 바라며 봄나들이 마무리했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경산 봄나들이 < 박효삼 강산들 이야기 < 여행속으로 자연속으로 < 연재 < 기사본문 - 한겨레:온 (han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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