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같이 가려고 일정을 맞추어 보다 다들 바빠 결국 가까운 수목원과 남평문씨본리세거지를 같이 가기로 하고 나 혼자 원동매화축제를 찾았다. 경산역까지 자전거로 가서 2시 30분발 부산행 무궁화호를 탔다. 창밖 들판은 아직 조용하다. 부지런한 농부만 가끔 보인다. 원동역까지는 45분 걸렸다. 3시 15분 도착 원동역을 나오는데 부산 쪽에서 오신 손님들이 많이들 들어오신다. 역 앞에서 오일장 장터까지 원동 특산물과 요즘 유행하는 탕후루, 꽈배기 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큰 길가에는 미나리 삼겹살 가게들이 즐비하다. 일단 난 매화를 찾아 나선다.
우리나라에 이름을 가진 매화들이 많다. 즉 유명(有名)하다는 거다. 가장 유명한 것이 4대 매화라 불리며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화엄매, 강릉 오죽헌 율곡매이다. 2년 전 3월 병산서원 갔다가 전라도에서 일부러 매화 보러 오신 분을 만났었다. 그분은 전국 유명한 매화들을 개화 시기에 맞추어 찾아다니셨다. 병산서원 매화 보고는 하회마을 충효당 앞 서애매 만나러 간다고 했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매화를 좋아했다. 아직 눈 내리고, 서리 앉는 이른 봄 고고히 꽃피우고, 향까지 풍기는 모습을 닮고 싶은 것이었으리라.
퇴계 이황도 매화를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시도 남기고 마지막으로 "저 매화에 물을 주라"란 말을 남기셨다 한다.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 도산에서 달밤에 매화를 읊다 -이황
獨倚山窓夜色寒(독의산창야색한) 홀로 산으로 난 창에 기대니 밤기운은 차갑고
梅梢月上正團團(매초월상정단단) 매화나무 가지 끝에는 둥근 달이 떠오르네
不須更喚微風至(불수갱환미풍지) 굳이 부르지 않은 산들바람 불어오니
自有淸香滿院間(자유청향만원간) 맑은 향기 저절로 집안에 가득하네
원동 매화들은 이러한 선비들 매화는 아니었다. 농부들 매화다. 그들은 매실나무라 부른다. 꽃보다 매실이다. 梅자가 '어머니가 되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란다. 애 가진 엄마들이 신맛 나는 매실을 찾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원동마을을 보니 서쪽은 낙동강이 흐르고, 동쪽은 토곡산으로 논도 밭도 없는 마을이었다. 비탈진 산에 심은 매화나무에서 나는 매실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았다. 요즘엔 매화가 많은 관광객을 모아 더 많은 도움을 줄지도 모르지만.
원동매화마을 사진찍기 좋은 곳에서 흐드러진 매화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사이에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을 잡아야 한다는데 운 좋게도 기차가 지나가 준다.
2시간 정도 매화 구경 잘하고 5시 19분 원동역발 무궁화호를 탔다. 밀양역에서 타신 한 할머니가 눈이 침침하다고 자기 표를 보여주시며 자리를 찾아달라신다. 51번 자리까지 모셔다드렸다.
경산역에 내리니 아직 해가 남아 있다. 이제 나날이 따뜻해지고 꽃들도 연이어 피어나리다. 4월엔 갈등을 녹여주는 훈풍이 불고 우리 모든 국민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원동매화축제 < 박효삼 강산들 이야기 < 여행속으로 자연속으로 < 연재 < 기사본문 - 한겨레:온 (hanion.co.kr)
'세상이야기 > 한겨레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2) | 2024.03.26 |
---|---|
어깨동무들 봄 소풍 (0) | 2024.03.24 |
삼휴정기 (2) | 2024.02.24 |
친구들과 모교를 찾았다 (0) | 2023.02.14 |
야생화 세계로 안내한 은방울꽃 (0) | 2022.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