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한겨레온 85

경주 남산 2. 윤을곡 마애불좌상

이번에는 나정을 둘러보고 남간사지 당간지주에서 올라 금오정에서 쉬고 윤을곡으로 내려왔다. 나정은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오는 곳이다. 기원전 69년 나정에 상서로운 기운이 나서 보니 백마 한 마리가 붉은 알에게 경배하듯이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그 알에서 단정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가 바로 박혁거세이다. 박처럼 생긴 알에서 태어나서 성이 ‘박’이 되었고, 세상을 밝히라고 이름을 ‘혁거세(赫巨世)’라 하였다. ​ 기원전 57년 진한의 여섯 촌장이 13살이 된 박혁거세를 임금으로 추대하고 신라를 건국하였다. 이 진한 여섯 촌장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육부전이다. 나정 옆에 있다. ​ 육부전 옆 마을이 남간마을이다. 남간사가 있었던 곳에 들어선 마을이라 곳곳에 우물, 주춧돌, 장대석 ..

경주 남산 1.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

그 유명한 경주 남산을 이제야 처음 찾았다. 산 전체가 박물관이다. ​ 예로부터 사람들은 큰 나무나 큰 바위에게 소원을 빌었다. 산들을 다니다 보면 기도처들이 보인다. 뭔가 기도를 들어줄 것 같이 생긴 큰 바위가 있고, 그 앞에 자리를 펴고 빌 공간도 있어야하고 가까이에 계곡이나 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는 곳과도 가까워야 한다. 이러한 곳에서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필요한 것들을 빌었다. 불교가 들어온 후에는 그 바위에 부처님을 새기기도 하고, 근처에 절이나 암자를 짓기도 했다. 신라인들은 바위에 부처님을 새긴 것이 아니라 바위 속에 원래 계시던 부처님을 보고 정을 가지고 바위 속 부처님을 찾아낸 거라고 한다. 그러한 부처님과 탑들이 남산에는 무척이나 많다. 조선이 유교국가..

대구 팔공산 단풍

어머니를 모시고 팔공산에 단풍 구경하러 갔다. 봄에는 벚꽃 보러, 여름엔 더위 피하러 가을엔 단풍 보러 겨울엔 합격 빌러 이리 사시사철 대구시민들은 팔공산을 찾는다. 무태를 지나 새로이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는 연경지구를 거쳐 순환도로로 진입했다. 무태는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이다. 팔공산에는 왕건과 관련된 지명이 참 많다. 공산이었던 이름이 팔공산으로 부르게 된 것도 그러하다. 후삼국시대 견훤이 신라를 공격하자 왕건이 오천군사를 끌고 도우러 왔다가 공산 동수에서 견훤 군사에게 포위당하게 된다. 그 때 신숭겸이 왕건 옷으로 갈아입고 적과 죽을 때까지 싸우는 동안 왕건은 겨우 포위망을 뚫고 도망하여 목숨을 건진다. 그 당시 신숭겸과 김락 등 8명의 장수가 모두 전사하였는데 그들을 기려 팔공산이라 부..

대구 가창댐

파동 다래식당에서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버섯찌개를 맛있게 먹고 가창교 옆 전망 좋은 카페에서 차도 한 잔 했다. 날도 좋아 가창 오리까지 같이 걸었다. ​ 계곡 왼쪽이 최정산, 오른쪽이 비슬산이다. 최정산과 비슬산이 만나는 고개가 헐티재이고, 이 고개를 넘으면 청도 각북이다. 계곡 물을 담은 가창댐은 대구 수성구와 가창면에 맑은 물을 공급한다. 이 물 때문에 수성구로 이사 오는 사람들도 있다. ​ 가창댐 일대가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자연이 잘 보존되고 있어 최고가는 전원주택지이다. ​ 가을 색이 짙어가는 길을 걸으며 배목사가 40여 년 전 고등부시절 야유회 때 음료수 박스를 어깨에 지고 이 길을 걸었다 했다. 그 시절 비포장도로에 버스도 안 다녀 가창교에서 오리까지 걸어 올라가는데 자기가 음료수박스를 지..

대구 수성못

오늘 아침 가을이 깊어가는 수성못을 한 바퀴 돌았다. 수성못은 대구시민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1927년 넓은 수성들에 농사지을 물을 대기 위해 만든 못이다. 이제 그 넓은 들은 없어지고 수성못과 들안길이란 명칭만 남아 있다. ​ ​▲ 용지봉을 품은 수성못 어릴 적 대구에는 유명한 유원지가 두 곳 있었다. 동촌유원지와 수성못이다. 소풍도 자주 갔지만 실향민이셨던 아버지 고향사람들이 매년 도민회, 군민회를 여셨다. 수성못 섬에서도 도민회를 했었다. 커다란 솥이 걸리고 닭백숙을 끓여 맛나게 나누어 먹던 기억이 난다. ▲ 수성못 섬 대구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수성못에 얽힌 추억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어린 시절 수성들을 지나 한참을 걸어서 가던 수성못이었고, 대학 입학 후 고등학교동문 신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