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경주 남산을 이제야 처음 찾았다. 산 전체가 박물관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큰 나무나 큰 바위에게 소원을 빌었다. 산들을 다니다 보면 기도처들이 보인다. 뭔가 기도를 들어줄 것 같이 생긴 큰 바위가 있고, 그 앞에 자리를 펴고 빌 공간도 있어야하고 가까이에 계곡이나 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는 곳과도 가까워야 한다. 이러한 곳에서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필요한 것들을 빌었다. 불교가 들어온 후에는 그 바위에 부처님을 새기기도 하고, 근처에 절이나 암자를 짓기도 했다.
신라인들은 바위에 부처님을 새긴 것이 아니라 바위 속에 원래 계시던 부처님을 보고 정을 가지고 바위 속 부처님을 찾아낸 거라고 한다. 그러한 부처님과 탑들이 남산에는 무척이나 많다. 조선이 유교국가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서울 근교 산, 아니 우리나라 어느 산보다 많은 불교 유적들이 남산에 남아 있다.
남산에는 왕릉 13기, 산성지(山城址) 4개소, 사지(寺址) 150개소, 불상 129체, 탑 99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694점의 문화유적이 남아 있다. 한번에 10개씩 찾아다녀도 70번을 가야 다 볼 수 있다. 이 문화유적들을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다. 해서 마애불이 가장 많다는 삼릉계곡부터 찾았다. 삼불사에서 능선을 타고 금오봉에 오른 후 삼릉계곡으로 내려왔다.
세 부처님이 계셔서 삼불사라 한 모양이다. 삼불사 옆에 보물 제63호인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이 있다. 주변에 누워계시던 부처님을 1923년 지금과 같이 세워 삼존상으로 복원하였다 한다.
7세기 초기 작품으로 추정하니 거의 1400여년 된 부처님들이시다. 그냥 비바람을 맞으며 서 계시다가 1988년 보호각을 설치하였다.
보호각 기둥에 본존불 얼굴 엽서가 있는데 이 엽서를 보면 어린 아이 같기도 하고 이웃집 아저씨 얼굴 같기도 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 보살이란 별명을 가진 친구 얼굴과도 닮았다. 이 본존불 얼굴 코도 많은 다른 석불 코와 마찬가지로 대를 잇고 싶어 하는 수많은 여인들에게 효험을 주기위해 기꺼이 납작해지셨다.
삼존불께 인사드리고 조금 올라가다 보면 또 한 석조여래입상이 누워 있다. 일제강점기까지는 얼굴부분도 있었다 하나 지금은 몸통만 있다. 발아래 네모난 촉은 불상을 대좌에 꽂았던 부분이다.
구절초가 힘든 산길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준다.
선방곡 제4사지 석조여래입상이다. 마모가 심해 희미한 윤곽만 보인다.
바둑바위를 지나 좀 오르면 남산에서 2번째로 큰 삼릉계곡 마애여래좌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좌상 주변 암벽 풍화로 위험해 탐방로를 폐쇄하여 가까이 갈 수가 없고 멀리서 바라보는데도 웅장하다.
금오산 정상이다. 468M인 금오봉과 495미터인 고위봉 이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 계곡과 능선을 합쳐서 남산이라 부른다.
이제 상선암을 거쳐 삼릉계곡(냉골)로 내려간다.
삼릉계곡 석조여래좌상이다. 이 부처님 코는 상당히 오뚝하다. 워낙 얼굴부분이 훼손이 심해서 2007년 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성형수술을 했단다.
삼릉계곡 선각여래좌상이다.
이 부처님이 내려다보시는 사바세계이다.
삼릉계곡 선각육존불(線刻六尊佛)이다.
왼쪽부터 대세지보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다.
왼쪽부터 보현보살, 석가여래, 문수보살이다.
삼릉계곡 제2사지 석조여래좌상이다. 계곡에 묻혀있던 것을 1964년에 발견하여서 마모가 되지 않아 얼마 전 조각한 거처럼 섬세하다.
삼릉계곡 마애관음보살상이다.
오른손은 설법인(說法印)을 표시하고 있고 왼손에는 정병(淨甁)을 들고 있다.
삼릉계곡을 다 내려오면 삼릉이 있다. 삼릉 솔숲이 참 멋지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 능이다. 모두 박씨 왕들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경주 남산 1.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 < 박효삼 강산들 이야기 < 주주여행길 < 연재 < 기사본문 - 한겨레:온 (han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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