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큰 공부를 했던 이 작고 섬세한 도서관
정조는 1층 규장각에 책을 보관하고, 2층 주합루를 열람실로 만들어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공부가 열심이었다는 정조는 신하들과 부용지에서 고기잡이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열성의 결과로 정약용·채제공·박제가·유득공 등 훌륭한 선비가 많이 배출됐습니다.
주합루 정문인 어수문(魚水門)은 한국의 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붕을 받치는 공포는 공예품처럼 정교하며, 문인방 위 투각(透刻)과 창방 아래의 낙양 등은 최고급 장치입니다. 기와를 만든 김영림씨에 따르면 건물이 워낙 작고 섬세하다 보니 기와를 만드는 틀이 없어서 모두 손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주합루와 어수문, 석계와 주변 풍광의 어울림은 한국 건축 백미 중의 백미입니다.
근래 어수문 옆에 취병(翠屛)이라는 담장을 복원했습니다. 취병은 나무로 짠 틀에 식물을 키운 담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없애 버려 1820년대에 그린 동궐도에만 남아 있었습니다. 어수문 옆 작은 문들은 일본식으로 만든 것이라 동궐도대로 고쳐 그렸습니다. 석계도 동궐도 그림에 맞추어 무성하게 자란 나무를 제거해 옛 자취를 되살렸습니다. 주합루 동북쪽의 제월광풍관과 서쪽의 서향각도 제대로 보이게 그렸습니다.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