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갈비·닭똥집·무침회 … 매콤달콤한 맛에 반하죠
내로라하는 향토 음식
서울에 사는 식도락가인 최광석(38·서울 중랑구)씨는 이달 초 대구를 찾았다. 주말을 이용해 결혼식에 참석하고 지인들과 대구 음식을 한번 즐기기 위해서였다. 몇 가지 음식을 맛본 최씨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최고로 꼽은 음식은 바로 찜갈비와 닭똥집, 무침회. 이 중 닭똥집을 제외하곤 대구 10미(味)에 포함된 지역의 대표 먹거리다.
동인동 찜갈비는 양푼이에 담겨 나오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양푼이 찜갈비로 불린다. 대구시청 인근인 중구 동인동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주택가와 상가 건물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양쪽에 찜갈비 식당 10여 곳이 줄지어 있다. 동인동 찜갈비 골목이다.
동인동이 특이한 건 일반 찜갈비처럼 간장이 아니라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로 양념해 빨간색이라는 점이다.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우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특징이다. 찜갈비는 1960년대 이후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최씨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땀이 날 정도로 맵지만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니 언제 한 그릇을 비웠는지 몰랐다”며 “물잔을 옆에 두고 양푼이에 담긴 찜갈비를 뜯는 외국인을 보니 해외까지 유명세를 얻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이름처럼 맛도 뛰어난 닭똥집. 최씨가 선택한 두 번째 대구 음식이다. 동대구역에서 10분 거리의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이곳에는 닭똥집 전문점 30여 곳이 모여 있다.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이다. 프라이팬에 볶은 평범한 닭똥집 요리와 달리 치킨처럼 매콤달콤하게 양념하거나 튀겨 손님 상에 오른다.
닭똥집은 70년대 처음 등장했다. 튀긴 요리로 술안주였다. 맛있다고 입소문이 났고, 전문점이 하나 둘 시장 골목에 자리를 잡아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맛을 즐기는 관광객은 늘 한 접시를 쓱싹 비운다. 이름과 달리 닭똥집 골목은 깨끗하다. 세제를 사용해 재료를 손질하지 않는다. 물로만 씻어 조리한다. 상인들은 골목을 돌아가며 청소한다. 간판도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최씨는 “소주 한 잔과 곁들인 내당동 반고개 무침회는 국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궁합이었다”고 말했다. 내당동 무침회는 지역에선 내당동을 빼고 ‘반고개 무침회’로 더 익숙하다. 매콤달콤한 맛으로 술안주뿐 아니라 반찬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반고개에 가면 ‘무침회 골목’이라는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이 간판 주위로 15곳의 무침회 전문 식당이 있다. 무침회 골목은 70년 이후 만들어졌다. 무침회 골목이 있는 반고개의 한 식당 주인이 우연히 오징어와 야채를 양념장에 버무려 만든 ‘무침회’를 안주로 내놨고 이를 맛본 손님들이 계속 찾으면서 무침회 식당이 처음 생겼다. 그리고 이곳으로 하나둘 무침회 식당이 모여들어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골목에 있는 식당은 무침회를 다같이 전문으로 하지만 오징어와 야채, 양념으로 맛을 조금씩 달리한다. 최씨는 “주문할 땐 꼭 ‘맵게’ ‘조금 덜 맵게’ 구분해서 주문해야 한다. 안그럼 맵게 나올지 덜 맵게 나올지 모른다”며 활짝 웃었다.
대구에선 이 3가지 음식 말고도 따로국밥·막창구이·뭉티기·논메기매운탕·복어불고기·누른국수·야끼우동·납작만두도 꼭 한번은 맛볼 만한 음식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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