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대구 용지봉을 오르며 때죽나무와 처음 만났다. 어느 바위에 앉아 쉬다가 근처에 떨어진 하얀 꽃들에 위를 쳐다보고 하얀 꽃을 수없이 매달고 있는 때죽나무를 본 것이다.
▲ 때죽나무 |
처음엔 이름이 때죽나무인 줄도 몰랐다. 인터넷을 뒤져서 이름을 알았고, 열매를 물에 불려 빨래를 하면 때가 쭉쭉 빠져 때죽나무라 한다고도 하고, 열매를 빻아 시냇물에 풀면 고기가 떼로 죽어 때죽나무라 한다는 것도 알았다.
▲ 때죽나무 |
열매가 달린 모양이 스님에 떼로 몰려 있는 것 같아 떼중나무라 하다 때죽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열매껍질에 있는 비누역할을 하는 성분도 물고기의 아가미호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어독도 가지고 있단다.
▲ 때죽나무 |
2011년 6월 친구들과 설악산을 찾았을 때 똑같이 생긴 꽃이 보여 어쭙잖은 지식으로 이 나무가 때죽나무라 했다가 옆에 있던 분이 ‘이건 때죽나무가 아니고 쪽동백나무예요’라며 바로잡아 주셨다.
▲ 때죽나무 |
이렇게 쪽동백나무라는 또 하나의 나무를 알 게 되었는데 정말 꽃이 때죽나무랑 닮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때죽나무는 한 꽃대에 2~5개씩 꽃이 달리는데 쪽동백나무는 20여 송이씩 달린다. 그리고 잎사귀를 보면 때죽나무는 우리가 아는 가장 전형적인 갸름한 나뭇잎인데 반해 쪽동백나무는 둥그스름한 게 얼굴을 가릴 정도로 크다.
▲ 쪽동백나무 |
열매로 기름을 짜 비싼 동백기름 대신 머릿기름으로 사용해 짝퉁 동백이라고 쪽동백나무가 되었단다. 때죽나무 열매로도 기름을 짜서 쓴다. 둘은 정말 형님 아우 할 정도로 닮았다.
▲ 쪽동백나무 |
때죽나무, 쪽동백나무, 특히 벚나무 꽃의 경우 땅에 무수히 떨어진 꽃을 보고 머리를 들어보면 나무에 한창 꽃이 피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향으로 다가오는 꽃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까시나무, 꽃개회나무다.
▲ 꽃개회나무 |
오늘도 산길을 걷는데 향이 먼저 다가왔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김없이 꽃개회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 꽃개회나무 |
조금 큰 꽃개회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곳은 정말 환상적이다. 향에다 꽃에다 아름다운 나비에 벌을 비롯한 숲 속 곤충들이 다 모여 향연을 벌이고 있다.
▲ 꽃개회나무 |
나도 넋 놓고 쳐다보다 큰 말벌 한 마리도 이 향연에 참가하고자 날아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달아났다.
▲ 꽃개회나무 |
국수나무도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 국수나무 |
나무줄기가 국수를 닮았다.
▲ 국수나무 |
숲 속 천남성도 꽃을 피웠다.
▲ 천남성 |
일본 목련도 나뭇잎만큼이나 큰 꽃을 매달고 있다.
▲ 일본목련 |
벚꽃만큼이나 많이 버찌가 매달려 있다.
▲ 버찌 |
벌써 까맣게 익은 것도 있다.
▲ 버찌 |
팥배나무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혔다.
▲ 팥배나무 |
지금이 꼭 팥을 닮았다.
▲ 팥배나무 |
요 며칠간은 하늘이 참 맑다.
▲ 관악문 |
계속 이리 맑은 하늘을 이고 살고 싶다.
▲ 연주대 |
수영장계곡 쌍탑중 하나가 무너졌다. 누군가의 바람이 무참히 무너졌다. 쌓기만큼 무너뜨리기도 힘들 텐데 무너졌다.
▲ 무너진 돌탑 |
종교적인 이유로 그런 듯 한데 참 편협한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 짓 같다. 오늘 즐거웠던 마음이 우울해진다.
▲ 무너진 돌탑 |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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