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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3·1운동의 출발점이었던 ‘동산’으로 올라가는 길. 90계단으로 불리는 이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이 나온다. [프리랜서 장정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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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선 워크홀릭 담당 기자
은은한 향기에 취해 걷는 ‘약전골목’
대구 지하철 1, 2호선이 만나는 반월당역. 14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염매시장 골목 입구가 보인다. 물건 값이 싸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염매시장’은 옛날 재래시장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낮은 지붕, 생선과 건어물 등이 진열된 낡은 판자 등의 풍경은 몇 발짝만 나가면 대로와 연결되는 도심 분위기와 대조를 이룬다. 수십 년간 이 골목에서 장사해온 상인들의 걸쭉한 입담을 즐기며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돼지국밥집’이나 ‘매일죽집’에 들어가 먼저 허기부터 달래자. 시장 골목에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대구 골목여행에 나선다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염매시장 골목을 벗어나면 떡집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 떡은 맛도 좋지만 진열장에 놓인 상품의 색과 모양이 예술적일 정도로 아름다워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떡집골목은 6·25 직후 실향민들이 염매시장에 자리를 잡고 떡장사를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영화배우 엄앵란씨도 피란 시절 한때 이곳에서 떡을 팔았다고 한다.
떡집골목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가면 은은한 한약 향기가 난다. 1650년에 개시한 대구 약령시장은 예전에 중국과 일본까지 명성이 자자했던 국제적 규모의 약재시장이었다. 지금은 중구 남성로 일대에 아담하게 약전골목을 이루고 있지만 전국 각지의 상인들뿐만 아니라 볼거리를 찾는 관광객들로부터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골목에는 지금도 한약방·한의원·제탕원·약차집 등 관련 업소가 100개 남짓 남아 있으며 매년 한약축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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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 약전골목. | |
대구 근현대사를 간직한 ‘역사골목’
화교협회에서 나와 가톨릭근로자회관이 있는 길로 나오면 대구에서 기독교 건물 중 가장 먼저 생긴 구제일교회로 이어진다. 구제일교회를 지나 계산오거리 방향 골목길로 접어들면 고층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국채보상운동 주창자 서상돈과 저항시인 이상화의 고택을 만날 수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고택을 둘러본 후 골목을 나오면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계산성당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성당을 지나 정문으로 나오면 도로 건너 동산 위에 웅장하게 자리 잡은 대구제일교회가 보이는데 동산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은 대구의 역사명소인 3·1운동길이다. 3·1운동이 한창이던 1919년 1000여 명의 학생들은 이 언덕의 솔밭길을 통해 일시에 큰장(서문시장)으로 나가 독립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현재 솔밭은 사라졌지만 대구 3·1운동의 뜨거운 함성은 이 길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90계단을 통해 동산에 오르면 대구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선교박물관·의료박물관·교육역사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
1900년대 초 미국 선교사들의 사택으로 지어진 이 건물들은 대구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대구 근대화가 태동한 곳이다. 대구읍성 해체 당시 선교사들은 성돌을 가져와 이 건물의 계단돌과 초석을 만들었다고 한다. 100년 전 사라진 대구읍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이국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종탑과 함께 수령 70년이 넘는 사과나무, 아담하고 정갈하게 꾸며진 고풍스러운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동산은 더없이 고즈넉한 산책길이다. 화교협회에서 동산까지 산책하는 데는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젊음이 넘치는 거리 동성로
동산을 내려와 큰길을 따라 네거리 쪽으로 걸어오면 걷기의 출발점인 반월당역이 나온다. 네거리에서 중앙대로로 가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대구 최대의 번화가인 동성로가 나온다. 앞서 걸었던 대구의 골목들이 역사와 문화의 거리였다면, 동성로는 대구의 현대를 느낄 수 있는 거리다. 감칠맛 나는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 야시골목·늑대골목·통신골목·수선골목 등이 좁은 길을 따라 여러 갈래로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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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구 하면 막창과 매운 갈비찜이 유명한데 대구백화점 근처 벙글벙글식당에 가면 매운 갈비찜을 맛볼 수 있다. 특히 회전퓨전스시로 유명한 ‘내안에’에 가면 쫄깃한 초밥과 캘리포니아롤을 즐길 수 있다. 빕스·베니건스·아웃백과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와인 애호가라면 대구에서 유명한 와인바 ‘소울메이트’를 들러볼 만하다.
대구 중구청은 문화해설사가 함께 걸으며 골목길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심문화탐방-골목투어’를 운영 중이다. 일정과 참가 신청은 중구청 홈페이지(http:///gu.jung.daegu.kr)를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