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대구 도심] 여성 비행사 박경원도 '신명' 출신 | |||||
얼마 전 세상을 떠나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배우 장진영이 주연한 영화 ‘청연’(靑燕)은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박경원 역시 꽃다운 때에 유명을 달리했으니 운명은 참으로 가혹하다. 박경원은 대구 중구 덕산동에서 태어나 14세 때 신명여학교에 입학했다. 당시로는 개화된 집안에서 자란 덕에 박경원은 교육 혜택을 입을 수 있었다. 여학교 시절 우등생이면서도 교복, 머리 모양 등 학교 규칙을 수시로 어겨 가장 많은 주의를 받기도 했던 그는 17세에 학교를 중퇴했다. 여성의 닫힌 운명을 거부하고 18세에 한국을 떠났다. 미국을 거쳐 일본에서 자동차 학교를 다녀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자동차 운전자격증 소지자가 됐으며, 1922년 무렵에는 대구로 돌아와 자혜의원의 간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한-미-일을 오가며 갖가지 경험을 해보았지만 가슴에 넘치는 열정을 통제하기 힘들었던 박경원은 마침내 1925년 4월 일본 다치가와 비행학교에 입학했다. 학비가 부족한 형편 속에서도 끝내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조센징’이라는 말만 꺼내면 누구에게든 따귀를 올려붙이는 성격으로 금세 유명해졌다. 그보다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건 비행사로서의 재능이었다. ‘당시 자주 열렸던 비행레이스에 나가 여성으로선 언제나 혼자 입상하였으며, 3년간의 비행학교를 마치면서 수석 졸업생의 자리를 따냈다. 그날 졸업식장 뒷자리에선 박경원의 수석졸업이 발표되자 남학생들이 졸업장을 북북 찢는 소리가 요란했다고 한다.’(한국근세여성사화) 이후 최초의 여류 비행사 200시간 비행, 11시간 단독비행 등의 기록을 세운 박경원에게 운명의 시간이 닥쳤다. 1933년 8월 7일 오전 10시 동경 하네다 비행장. 카키색 비행복에 푸른 선글라스를 쓴 그는 ‘청연’ 에 몸을 실었다. 고국의 상공을 난다는 꿈도 함께. 그러나 서른셋의 도전은 하코네산의 안개에 묻혔다. 추락사. 그녀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는 오전 11시 25분 30초에 멎어 있었다. 그의 유해는 동생이 거뒀고, 대구에서 가장 높은 팔공산 동화사에 안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재경기자 | |||||
기사 작성일 : 2009년 10월 01일 |
'대구이야기 > 스토리가 있는 대구 도심(매일신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토리가 있는 대구 도심]임란`정란때 온 명나라 두사충 조선에 귀화 후 (0) | 2010.04.16 |
---|---|
[스토리가 있는 대구 도심]<15>계산동 스토리-(1) -2009/10/08- (0) | 2010.04.16 |
[스토리가 있는 대구 도심]<14>동산 스토리 ③여성, 주인공으로 서다 -1001- (0) | 2010.04.16 |
[스토리가 있는 대구 도심]백내장 수술에 “장님이 눈을 떴다” -090924- (0) | 2010.04.16 |
[스토리가 있는 대구 도심](13)동산 스토리-(2)서양 의술의 도입 -090924- (0) | 2010.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