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445

[박효삼] 경주 남산 10. 탑곡 마애불상군

경주 남산 탑골 부처바위를 소개하고 일단 남산이야기를 접을까 한다. 삼릉계곡에서 시작한 남산 탐방이 남산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다. 경주 남산을 보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산을 오를 준비도 안 되신 분들에게 탑곡 마애불상군을 가보라 권하고 싶다. 주차장에서도 가깝고 남산 구석구석 있는 불교 관련 유적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는 곳이다. 남산에 멋진 탑들이 곳곳에 있는데 이 계곡을 탑골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삼층석탑이 있어 그러하다는 말도 있지만 난 부처바위에 새겨진 9층 목탑과 7층 목탑 때문인 것 같다. 옥룡암 뒤편에 높이 약 10미터, 둘레 약 30미터인 큰 바위 사방에 부처님, 탑, 비천상, 승려상, 사자상 등 다양한 형상 34점를 조각해 놓았다. 보물 201호 경주 남산 탑곡 ..

“교동시장 시계방·수성못 소나무·만둣국…아버지 자취 그립습니다”

[기억합니다] 박태석님께 올리는 아들의 사부곡 1954년 대구 수성못에서 찍은 부친 박태석씨의 젊은 날 모습. 황해도 벽성군 대거면 출신 실향민 한국전쟁때 홀로 내려와 대구 정착 작은 시계방 하며 3남1녀 뒷바라지 은퇴뒤 교회잡지에 시도 종종 발표 평생 고향 그리워하다 30년 전 별세 얼마 전 인감도장을 찾다가 장롱 깊숙이 넣어둔 예물시계를 발견했다. 결혼할 때 아내가 사 준 시계다. 그동안 찬 적이 없어 거의 새것인데 이제는 내 손목이 굵어져 시겟줄이 좀 짧았다. 대구 교동 귀금속거리에 가서 시곗줄을 늘렸다. 어린 시절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아버지는 이 근처 교동시장에서 강화도 교동 대룡시장 시계방보다 좀 작은 시계방을 하셨다. 겨울에는 연탄 1장이 들어가는 화덕을 들고 출근하셨다. 퇴근하실 때는..

경주 남산 9. 불곡 마애여래좌상

드디어 불곡 마애여래좌상를 찾았다. 아껴놓았던 예쁜 옷을 꺼내 입는 기분이랄까. 유홍준선생님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첫 권에서 ‘고신라불상의 백미’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 찾아갈 때 첫날은 못 찾고 다음날 서너 시간을 헤매다 겨우 감실부처님 앞에 설 수 있었다 하여 정신 바짝 차리고 찾아 나섰는데 이젠 워낙 유명해지셔서 그런지 이정표가 잘 되어 있었다. 불곡 마애여래좌상은 남산 부처골에 있다. 남산 골짜기 골짜기 부처님이 안 계신 곳이 없건만 여기가 부처골짜기, 불골, 불곡이라 불리는 것이 이 감실부처님 위상을 이야기해 준다. 남산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불상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7세기 전반 선덕여왕시절에 제작되었다고 추정한다. 보물이다. 보물 제 198호이다. ‘불곡 마애여래좌상’이 정..

경주 남산 8. 남산동, 국사골, 지바위골 삼층석탑들

남산 중에 남산 경주 남산동 중앙에 서출지라는 연못이 있다. 삼국시대 때부터 있던 오래된 못이다. 삼국유사 기이(紀異)편에 사금갑(射琴匣)이야기가 있다. 신라 21대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날 행차를 하는데 까마귀가 울어 왕이 기사를 시켜 따라가게 하였는데 중간에 놓치고 근처를 배회하던 중 한 노인이 못에서 나와 편지를 한 통을 주며 ‘이 편지를 열어보면 두 명이 죽을 것이요. 열어보지 않으면 한명이 죽는다.’고 하였다. 왕은 한명만 죽도록 열지 말라 했는데 일관(日官)이 ‘두 명은 평민이요, 한명은 왕이다’하여 편지를 열어보니 ’사금갑(射琴匣)‘ 3자 즉 ’거문고갑을 쏴라‘란 글이 있었다. 궁에 돌아와 거문고갑을 쏘니 그 안에 역모를 꾀하던 왕비와 중이 있었다 한다. 이 때부터 정월 대보름에 찰밥을 지어 ..

경주 남산 7. 칠불암 마애불상군

칠불암 마애불상군을 보러 갔다. 남산에 하나뿐인 국보이다. 기대가 크다. 일기예보가 맑음이었는데 염불사지에 도착하니 비가 뿌린다. 우산을 쓴 등산객도 있지만 난 일기예보를 믿기로 했다. 국보를 햇살아래서 보고 싶었다. 염불사지에는 잘 생긴 삼층석탑이 두 개나 서 있다. 염불 안하는 절도 있나 이름이 왜 염불사였나 했더니 옛날 이절 스님 염불소리가 서라벌 17만호 들리지 않은 곳이 없어서 염불사라 했단다. 염불사지 담 너머 매화꽃이 봄을 알리고 있다. 계곡에 맑은 물이 많다. 물고기도 떼 지어 헤엄친다. 한참을 오르니 염불사 요사채 대안당이 보인다. 대안당 옆에 샘이 있었다. 대안당 마루에 몇 분이 쉬고 계셨다. 대안당에서 염불사로 오르는 길이 꽤나 가파르다. 여기 역시 조릿대가 무성하다. 숨이 턱에 차오..

강화도 소풍

며칠 전 친구 셋이서 강화도를 찾았다. 소풍 전 날 밤같이 잠을 설치고 맛있다는 동네 커피 집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3잔을 텀블러에 담아 약속장소로 갔다. 코로나시대 여행을 위해 1톤 장난감을 몰고 나온 안전무는 입이 심심할까 웨하스를 준비했다. 둥글게 생긴 웨하스가 질기다. 이렇게 질긴 웨하스를 먹고 난 후에는 꼭 이를 닦아야한다고 종합병원 치과 한과장이 한마디 한다. 날이 참 좋다. 옆에서 달리던 쌍용서 만든 군용 지프를 보고는 군대시절 이야기가 한참 오고갔다. 먼저 강화전쟁박물관을 찾았다. 실내관람은 제한되어 밖만 보고는 고려궁지로 향한다. 한과장이 고려 무신정권 말기 대몽항쟁역사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드라마 무인시대에 나온 박노식 아들이 무슨 역을 맡았다고 하면서 재미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