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마니아 정종달(52) 씨. 그에게 운동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부모님에겐 ‘효도’의 선물, 가족에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다. “저에게 운동은 단순히 건강을 지키는 수준에 그치지 않습니다. 살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정 씨는 30대 중반을 넘어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영을 했고 다음엔 산에 올랐다. 산의 매력에 빠져 암벽을 즐겼고 2007년부터는 철인3종 마니아가 됐다.
“30대 들어 저는 모두 죽는다고 할 정도로 몸이 망가졌었어요. 큰 수술을 받았고, 그 후유증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러면 정말 죽겠구나’ 싶더군요.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정 씨는 자신이 벌인 사업(포목점)을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밤잠을 설쳐가며 일했다. 끼니도 챙기지 못했고,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위와 십이지장을 몸에서 뗐다. 수술 부작용으로 췌장염까지 앓아야 했다. 척추측만증까지 겹치며 고생했고. 지금도 만성빈혈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장이 좋지 않아 산정 특례 환자로 등록돼 있다.
몸 상태가 이런 그가 어떻게 철인3종이란 힘든 운동을 즐기고, 마니아까지 됐을까. 정 씨는 철인 3종, 즉 수영`사이클`마라톤을 함께하는 이 운동이 생각처럼 어렵고 강철 체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라고 했다.
“아마도 철인3종을 즐기는 사람 중 저만큼 단점이 많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운동이란 게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늘잖아요. 천천히 걷다 보며 다음에 조금 더 빨리 걸을 수 있고, 동네 한 바퀴 뛰는 게 처음엔 힘겹지만 자꾸 뛰다 보면 수월케 뛸 수 있습니다. 다른 운동은 타고난 운동 감각이 있어야 하지만, 철인3종은 부지런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정 씨는 그가 속한 대구철인클럽에서 아이언맨 코스를 완주한 67번째 회원이다. 아이언맨 코스는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7시간 안에 완주하는 종목. 그의 최고 기록은 15시간16분이다.
잘하기보다는 즐기는 쪽을 택한 정 씨는 “욕심을 내다보면 몸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칫 무리하면 큰일을 치를 수 있어 항상 몸 상태를 스스로 조절해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심장이 좋지 못한 정 씨에게 심폐 지구력을 요하는 철인3종은 피해야 할 운동이다. 운동부하 검사를 받을 때면 당장 운동을 그만두라는 말을 되풀이해 듣는다. 그래서 절대 욕심을 내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제 별명이 마감 2분전입니다. 여러 대회에 참가했는데, 대부분 종료시간 2분전에 골인한 때문이죠. 건강을 되찾으려 한 운동이 몸을 해쳐서는 안 되죠. 천천히 꾸준히 그래도 운동한 덕분에 건강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한때 욕심을 낸 적도 있다. 30대 중반 암벽등반을 할 때였다. 정 씨는 암벽등판서 일반인들의 꿈의 등급인 ‘5.13’ 직전인 ‘5.12B’ 단계까지 오른 실력자다. 2004~2007년엔 스포츠클라이밍 청소년대표팀 코치 겸 단장을 지냈고, 암벽 심판 1급`체육지도자 산악2급 자격증도 가지고 있을 만큼 열성을 가지고 암벽을 탔다. 그러나 무리하면서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더는 암벽을 오를 수 없게 된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철인3종을 한 뒤 대회에 출전할 때는 1년 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평소 운동량을 정하고,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만 대회서 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지난해 9월, 2012년 9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할 계획을 세웠다. 다른 대회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몸 관리와 운동 계획 덕분에 “운동을 그만두라”던 주치의도 요즘은 “무리해서 하지 마라”며 경계단계를 낮췄다. 그의 건강한 모습은 가족에게 행복을 안겼다. 80대 노부모는 큰 병을 앓은 후 20여 년을 건강하게 지낸 아들에게 이만한 효도가 없다며 늘 말한다. 정 씨는 운동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벅차고 기쁘다.
정 씨는 그래서 올해 뜻 깊은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5월 12일 서울에서 출발, 20일 대구에 도착하는 서울~대구 간 혼자 걷기가 바로 그것이다. 1km를 걸을 때 마다 1만원을 적립해 모교인 심인고 기숙사 건립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 씨는 철인3종을 하고부터 운동이 되찾아준 건강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운동한 시간만큼 일정금액을 적립해 연말이 되면 어려운 이웃 등을 위해 내놓고 있다. 1시간 운동하면 1천원을 주머니에서 꺼낸다. 1년(500시간)이면 50만원 정도 쌓이는데, 여기에 아이언맨 코스 완주 시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덧보태 2007년부터 매년 200만~300만원을 모아 모교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 씨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약속이면서 운동 때문에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으니 그 감사의 마음을 작지만 사회를 위해 쓰자고 다짐한 일을 조금씩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