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불암 마애불상군을 보러 갔다. 남산에 하나뿐인 국보이다. 기대가 크다. 일기예보가 맑음이었는데 염불사지에 도착하니 비가 뿌린다. 우산을 쓴 등산객도 있지만 난 일기예보를 믿기로 했다. 국보를 햇살아래서 보고 싶었다. 염불사지에는 잘 생긴 삼층석탑이 두 개나 서 있다. 염불 안하는 절도 있나 이름이 왜 염불사였나 했더니 옛날 이절 스님 염불소리가 서라벌 17만호 들리지 않은 곳이 없어서 염불사라 했단다.
염불사지 담 너머 매화꽃이 봄을 알리고 있다.
계곡에 맑은 물이 많다. 물고기도 떼 지어 헤엄친다. 한참을 오르니 염불사 요사채 대안당이 보인다. 대안당 옆에 샘이 있었다. 대안당 마루에 몇 분이 쉬고 계셨다.
대안당에서 염불사로 오르는 길이 꽤나 가파르다. 여기 역시 조릿대가 무성하다.
숨이 턱에 차오르는데 눈앞에 냉이꽃이 보인다. 돌계단 틈새에 핀 자그마한 하얀꽃이 숨을 돌리게 한다.
낭랑한 염불소리와 함께 눈에 들어 온 칠불암 마애불상군이 나를 반긴다. 국보 제312호이다. 마애삼존불과 사각형 바위 동서남북에 새겨진 사방불(四方佛) 합해서 칠불암 마애석불이다.
바위 하나를 둘로 갈라 삼존불과 사방불을 새긴 것인지 원래 두 개인 바위에 각각 삼존불과 사방불을 새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독특하다.
삼존불은 양각이 꽤나 볼륨감이 있다. 마애불이 아니라 그냥 불상 같을 정도다. 본존불이 2.7미터 협시보살은 2.1미터로 꽤 크다. 모든 공간 즉 온 사방에 부처님이 계시다는 뜻으로 사방불을 만든 거란다.
칠불암 법당에는 불상이 없다. 큰 창문을 통해 칠불을 법당 불상으로 모신다.
법당 열린 문틈으로 서서 염불을 외는 휴정스님이 보였다.
삼존불 뒤 벼랑위에 자리 잡은 신선암으로 올라간다. 신선이 앉아 놀던 장소답다. 근데 부처님 앞 공간이 관악산 신선대보다 더 좁다. 지금은 그래도 데크가 설치되어 좀 넓어졌는데 옛날에는 저 벼랑위 좁은 곳에 앉아 예불 드리고, 절을 하고 했다고 생각하니 내 다리가 다 후들거린다.
신선암을 떠나 칠불암으로 내려오는데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다시 신선암으로 오른다. 화려한 조명아래서 마애반가상을 보고 싶었다. 역시 다르다.
햇살아래서 다시 보니 부처님이 구름위에 앉아 계셨다. 바위에 갇혔던 손오공이 다시 나와 구름을 타고 날아갈 듯하다.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계서 바로 출발할 것 같다.
부처님무릎아래 칠불암이 보인다.
칠불암으로 내려오니 햇살아래 칠불도 훨씬 멋지다.
법당 문이 열리고 체코출신 휴정스님이 나선다. ‘커피 드시고 과자도 드세요.’라는데 외국인 말투가 아니다. 나에겐 ‘조심해 내려가세요.’하신다. 합장하고 내려왔다.
오르며 지나친 천동탑을 찾아본다. 내려오며 처음 왼쪽으로 난 길을 한참 올랐지만 길이 점점 희미해진다. 개암나무 꽃만 보고 다시 내려간다.
내려와 하산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상세히 설명해 주신다. 이 동네 사시는데 탑이 있는 계곡 입구까지 같이 내려와 길을 알려 주시는데 참으로 고맙다. 한참을 올라오니 천동곡 제1사지 탑부재가 보인다.
조금 더 오르니 디딜방아터가 있다. 돌절구인 돌확과 방아허리를 걸던 쌀개돌 2개가 남아있다.
디딜방아터에서 위로 난 길로 오르니 꽤 가파르고 이상해 남산연구소소장님께 전화해서 물어보니 이쪽 길이 아니란다. 디딜방아터 밑 큰 계곡에서 위로 50미터만 가면 된단다. 여기서도 생강나무 꽃만 보고 내려간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난다는 노란 동백꽃이 바로 이 생강나무 꽃이다.
다시 내려와 보니 계곡 건너에 천동탑이 보인다.
바위벽에 수 없이 많은 감실을 파서 부처님을 모신 중국 천불동(千佛洞)을 형상화하여 바위에 수많은 감실을 파고 천동탑이라 했단다. 천동탑 찾으러 오르내린다고 힘도 들고 해서 여기서 푹 쉬다 내려왔다.
햇빛을 받은 염불사지 삼층석탑도 더욱 아름다웠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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