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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레슬링 중계하는 날엔 약국이 동성로 사랑방이었죠"
인제약국 앞 광장은 지난 반세기동안 역사의 현장이었다. 민주화를 외치는 젊은이들이 동성로에 몰려들었다. 수많은 집회와 시위가 동성로에서 이어졌다. 김 약사는 "2·28학생의거와 4·19혁명, 6월 항쟁을 직접 보면서 세상의 변화를 느껴왔다"고 말했다. 1970~80년대 인제약국은 '동성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치기 명수' 김일이나 '4전5기의 신화' 홍수환의 권투경기를 비롯해 각종 국가대표 경기중계 때면 약국 TV수상기에 행인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김 약사는 "경기결과에 따라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김 약사는 가끔 옛날 동성로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의 행방을 묻는 손님을 만난다. 김 약사만큼 동성로의 과거와 현재에 정통한 인물은 드물기 때문이다. 2군부사령관이었던 박정희 장군은 간장약 단골로 기억했다. 김 약사는 요즘 동성로의 변화에 아쉬움을 느낀다. 김 약사는 "눈에 보이는 외형적 변화보다 사람들 마음이 갈수록 황폐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2007-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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