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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9] 동성로-인터뷰, 50년 한자리 인제약국

思美 2010. 4. 1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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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9] 동성로-인터뷰, 50년 한자리 인제약국 김숙자씨

"권투·레슬링 중계하는 날엔 약국이 동성로 사랑방이었죠"
젊은이들의 아지트 동성로. 퍼득퍼득 살아움직이는 동성로 한켠에 50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약국이 존재한다. 인제약국. 동성로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초가와 한옥, 상가가 듬성듬성하던 1950년대 중반 김숙자 약사(75)는 결혼과 동시에 약국을 열었다. 대구백화점보다 10여년이나 앞선 때였다. 김 약사는 약국 이름처럼 인술제민(人術濟民)의 마음으로 이 약국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인제약국 앞 광장은 지난 반세기동안 역사의 현장이었다. 민주화를 외치는 젊은이들이 동성로에 몰려들었다. 수많은 집회와 시위가 동성로에서 이어졌다. 김 약사는 "2·28학생의거와 4·19혁명, 6월 항쟁을 직접 보면서 세상의 변화를 느껴왔다"고 말했다.

1970~80년대 인제약국은 '동성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치기 명수' 김일이나 '4전5기의 신화' 홍수환의 권투경기를 비롯해 각종 국가대표 경기중계 때면 약국 TV수상기에 행인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김 약사는 "경기결과에 따라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김 약사는 가끔 옛날 동성로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의 행방을 묻는 손님을 만난다. 김 약사만큼 동성로의 과거와 현재에 정통한 인물은 드물기 때문이다. 2군부사령관이었던 박정희 장군은 간장약 단골로 기억했다. 김 약사는 요즘 동성로의 변화에 아쉬움을 느낀다.

김 약사는 "눈에 보이는 외형적 변화보다 사람들 마음이 갈수록 황폐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200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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