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思美 세상

[스크랩] 영화 한 편 보실래요.

思美 2015. 9. 4. 09:30
728x90
반응형

 

오래전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단돈 삼천원에 거져 얻어 10번 넘게 본 영화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 
알듯 말듯 독백같은 대사, 시적 영상으로 채워진 화면들, 현란한 무협

종종 흔들리는 빛의 영상 처리는 인물 내면의 고뇌, 번민, 불안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뭔가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데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하면서  보고 또 보았던 영화.

 

지나간 시간과 기억은 한 줌 재 같은 게 아닐까?

그래서 영어 제목 Ashes of Time이 되었으리라

 

'취생몽사" 란 술을 마시면  지난 과거를 잊을 수 있다 하고 그것이 '농담'이었단다.
진정 왕가위다운 ... 

동영상은 아니지만 감상하기 좋게 꾸며놓아서 살짝 옮겨왔네요

 

 

 

동 사 서 독 (1994)

 

 

"과거의 일을 잊으려

매일 술을 마시며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꿈속에서 죽음의 길

 택하겠어.."

 

 

 

 

 

 

서독

구양봉(장국영) : 훗날 나를 서독이라 부를꺼야

                      지나치게 강한 질투심은 사람을 바꾸어 놓기도 하지...

 

                      남들이 나보고 뭐라고 애기 하던

                      그들이 나보다 즐거운게 싫어!

 

 

동사

황약사(양가휘) : 얼마전 어떤 여자가 술 한 병을 주더군 술이름이 취생몽사야.

                       마시면 지난 일들을 모두 잊는다 하더군.

 

                       난 그런 술이 있다는게 믿어지질 않았어.

                       인간이 번뇌가 많은 까닭은 기억력 때문이란 말도 하더군.

                       잊을수만 있다면 매일 매일 새로울거라 했어.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

 

                       자네 주려고 가져온 술이지만 나눠 마셔야 할 것 같네.

 

 

 

서독

구양봉(장국영) :     난 할일이 없을땐 백타산 쪽을 바라 보았어

                      옛날에 그곳엔 날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지

                      취생몽사는 그녀가 내게 던진 농담 이였어...

                      "잊으려 노력 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기억 나"

 

                      그녀는 전에 늘 말 했었지

                      "갖지는 못 하더라도 잊지는 말아 달라고"

 

                      난 매일 같은 꿈을 꾸었고

                      얼마 안 가서 그곳을 떠났었지!......

 

 

                 

  

 

                                                             Ashes of time (동사서독 redux)

 

                                                                                Film 2009/03/18 01:34

 

 


매년 경칩을 즈음해서

한 친구가 술을 마시자고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황약사이다.



"얼마 전에

어떤 여자가 술 한 병을 주었어

술 이름이 취생몽사야

마시면 지난 일은 모두

잊는다고 하더군."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마시지 않았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그날 이후로 황약사는

많은 일을 잊었다.




"자네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반드시 혼인하겠네."


"좋아 약속지키게,

만약에 지키지 않으면

내가 죽일꺼야."


 


"황약사라는 사람을 죽여주시오

그를 죽여만 준다면

어떤 대가도 치르겠소


하지만 가장 고통스런 모습으로

내 손에 죽게 해줘야 하오."

 



"제 오라버니 모용연을 죽여주세요,

나를 자신의 소유로 생각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전 황약사를 좋아해요


왜 그를 못만나게 해서

날 우울하게 만드는 거죠?"




그 날밤은 무척 길었다.

두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모용, 모용

두 개의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

 



"난 어려서부터 눈이 나빴지,

의원이 서른 이후엔 실명한다더군


해마다 봄이면 고향에는

도화가 찬란하게 피지


눈이 멀기 전에 보고 싶은데

경비가 다 떨어졌어


자넨 문제를 해결해 준다던데

날 도울 수 있겠나?"

 



그는 매일 늦게까지

마적대를 기다렸다.


밤마다 등불을 켰지만 

밤에는 물체를

식별도 못했다.


 


"왜 자꾸 저 여자를 쳐다보나?"

"그녀를 보면 누군가가 생각나."

"자네 처?

그렇게 그리워하면서 왜 떠도나?"



"그녀는 내 친구와 정을 통했어.

마적대는 언제오지?

꽃이 시들기 전에

빨리 와야 할텐데"




"이제 아무것도 안보이지?"

"태양이 강렬할 때는 보여,

내일 날씨가 좋기를

바래야겠지.


날이 저물도록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사람을 좀 찾아주게,

그의 이름은 황약사야.


고향에서 누가 기다린다고 전해."

 

 

 

 





'검이 빠르면 피가 솟을 때

바람소리처럼 듣기 좋다는데


내 피로 그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이 사람의 이름은 홍칠.

내게 보탬이 될 줄은 알지만

난 이사람이 싫다.


내 운세에서 숫자 7을 만나면

명이 끝난다고 했기 때문이다.





홍칠이 오고 얼마 안돼서

마적대는 다시 왔다.


홍칠을 마을로 데려가기 전에

신발을 사줬다.


신발 신은 검객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난 죽더라도 찾아오지 마시오,

말하는 시체가 되긴 싫소"


  




"부인이 벌써 며칠째 기다리고 있네"

"마누라와 함께 다닐 순 없잖소."

"나도 옛날엔 자네 같았지,

다 하기 나름이야.


천하를 얻기 위해선

여자를 버려야 하는 줄 알았지


그런데 집에 돌아가 보니

그녀는 내 형수가 되어 있더군."





"달걀이 손가락과 바꿀만큼 가치가 있나?"

"없소, 하지만 기분은 좋소.

이게 내 본래 모습이오.


안 다쳐야 했겠지만,

검이 예전만큼 빠르지 못했소


옛날에 검이 빨랐던건

옳다고 믿고 했기 때문이오,

대가를 바란적이 없었소.


난 평생 안변할 줄 알았는데,

그 여자에게 부탁받는 순간

완전히 변해있는

나를 보았소.


당신과 지내면서

내 자신을 잃은 채

당신을 닮아가다니..

난 당신처럼 되긴

싫소."

 


누구나 산을 보면 그 너머엔

뭐가 있나 궁금해 한다.


막상 산 너머에 가보면

별게 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차라리 여기가 낫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안믿을 것이다.

그는 직접 부딫쳐 보기 전에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다.


홍칠이 단순하기 때문에

그녀가 좋아하는 것 같다.


둘이 떠나는 것을 보니

질투가 났다.


내게 똑같은 기회가 있었을 때

왜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복사꽃을 본지 오래되어

다음해에 그의 고향에 갔다.


하지만 그 곳엔 복사꽃이 없었다.

처음부터 복사꽃

있지도 않았다는 걸

떠날때 깨달았다.


복사꽃이란

그 여자의 이름이었다.


 

 

 

 





 
"구양봉과 혼인할 줄 알았는데 왜 안했소?"

"

날 사랑한다고 말을 안했어요,

난 그 말이 듣고 싶었는데.

 

 


전엔 사랑이란 말을 중시해서

말로 해야만 영원한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하든 안하든 차이가 없어요,

 

 

사랑 역시 변하니까요.

난 항상 이겼다고 생각해왔죠,

하지만 어느날 거울을 보고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었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얼마 후에 그녀는 죽었다.

죽기 전에 내게 술을 주면서

그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구양봉이 자신을 잊어주길 바랬다.
술의 이름은 취생몽사였다.
 
 


 

 

 

 

 

 

 

 

 


입춘이 지나고 경칩이 왔다.

이맘때면 친구가 찾아왔지만

금년엔 오지 않았다.

 

 


그 후 백타산에서 편지가 왔고

2년전 가을 형수가

병으로 죽은 걸 알았다.

 

 


황약사가 안 올 줄은 알지만

계속 기다릴 생각이다.

 

 


난 이틀 동안 문 앞에서

하늘이 변하는 걸 보고서야

 

 


이곳에 오랫동안 있었으면서도

사막도 제대로 못 본걸 알았다.

 

 


그 날 난 술이 마시고 싶어

취생몽사를 마셨다.

 

그리고 계속 내 일을 했다.


 

 

 

 

 

 

 

 

 


난 할 일이 없을 때는

백타산 쪽을 바라보았다.

 

옛날에 그 곳엔 날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다.

 

 


취생몽사

그녀가 내게 던진 농담이었다.

 

 

 

 

그녀가 전에 늘 말했었다.

 

"갖지는 못하더라도 잊지는 말라고"

 



그 후,

난 매일 같은 꿈을 꾸었고

 

얼마 안가서 그 곳을 떠났다.

 


그 날은 불이 쇠를 이기니

서쪽이 길 하다고 했다

 

 

 

 

 

 

 

출처 : 한겨레 주주통신원
글쓴이 : 양성숙 원글보기
메모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