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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대구 도심] "키스장면 나오더라도 결코 흥분마시오" |
19세기 말 서구에서 탄생한 영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로 퍼졌고 우리나라에도 활동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다. 초기 상영물은 영화라기보다 국내외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 움직이는 형태였지만 사람들은 '귀신의 조화'라며 신기해했다.
1910년 이전에 서울에는 단성사를 비롯해 여러 극장이 문을 열었다. 초기에는 대부분 연희나 신파극을 무대에 올렸으나 1910년대에 상설 영화관이 생긴 것을 시작으로 활동사진을 상영하는 극장이 크게 늘었다. 사람들은 다다미가 깔린 바닥에 앉아 영화를 봤다. 남녀칠세부동석은 극장에서도 통용돼 남녀 좌석이 구분돼 있었다. 당시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무성영화가 상영됐다. 흐릿하게 돌아가는 화면, 배우들의 대사를 대신하고 줄거리를 이야기해주는 변사와 피아노 반주자가 극장의 전부였지만 사람들은 신문물에 열광했다. 영화에 따라 화면 아래로 자막이 흐르고 중간제목이 나오기도 했지만 변사의 한마디 한마디는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변사는 당시 최고의 인기 직업이었다. ‘활동사진 구경할 때’라는 제목으로 1929년 3월호 ‘학생’지에 실린 기사는 당시 사람들의 영화 관람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키스하는 장면이 나올지라도 결코 흥분하지 마시오. 배우들은 키스한 뒤에 반드시 양치질을 한답니다. ▷굉장한 건물이나 화려한 실내가 나오더라도 결코 놀라지 마시오. 사실은 책상 위에 만들어 놓은 조그만 장난감이랍니다. ▷여배우나 남배우에게 속없이 미치지 마시오. 그네들은 아들 딸 손자까지도 있고, 본얼굴은 주근깨투성이랍니다. ▷자막의 영어를 열심히 읽지 마시오. 영어 문법에 낙제점수 당하십니다.’ |
기사 작성일 : 2009년 12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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