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영남

[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20] 중앙로 -2007/08/02-

思美 2010. 4. 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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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20] 중앙로
대구 남북 잇는 大路…한때는 금융·대기업 밀집
일제땐 학생 군사사열 등 캠페인 행사 '단골거리'
1946년 문을 연 고전음악감상실 녹향의 축음기
1946년 문을 연 고전음악감상실 녹향의 축음기
영상박물관 내부 모습
영상박물관 내부 모습
형제양복점 양광열씨가 양복 재단을 하고 있다
형제양복점 양광열씨가 양복 재단을 하고 있다
옛 대구서적 건물에 붙여진 벽화
옛 대구서적 건물에 붙여진 벽화
중앙로에 늘어선 마크사
중앙로에 늘어선 마크사

도시의 중심부 '시내'를 상징하는 중앙로. 대구 중앙로 역시 '메인 로드'에 걸맞게 인파가 북적인다. 8월 뙤약볕이 여느해보다 따갑지만 삼삼오오 시내 나들이객들의 발길은 줄을 잇는다. 지열이 후끈한 도로에 교통체증마저 겹친다. 꼬리문 차량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어휴, 덥다 더워!"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는다. '시내속의 시내' 동성로로 가는 이들의 경유지이기에 동성로와 연결된 길들은 좁게만 느껴진다.

중앙로는 1917년 일제가 식민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의 대구역에서 반월당까지 뚫은 폭 12간(間·1간은 약 1.82m)의 도로. 개설 당시에는 대구에서 가장 넓은 도로였다. 대구의 남과 북을 잇는 큰 길이 열리면서 식민지 금융자본과 대기업들이 차례로 자리잡게 돼 대구 근대 최대의 상권을 형성하게 되었다.

◆ 군사정권땐 조폭 속죄행진 열리기도

이곳은 일제 강점기시절 학생들을 거리에서 사열을 하게하는 등 각종 캠페인성 행사를 펼치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1930년대 사진을 보면 한빛은행 지점이 있던 앞길을 신명학교 학생들이 군사행진을 하고 있다. 5·16 군사정권때는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되었다. 쿠데타 정권은 사회악 일소 과제의 하나로 대구 시내 조직폭력배 180여명을 검거, 이들을 이 거리에서 속죄행진을 하게했다.

중앙로는 지하철 1호선 공사가 시작되면서 상권이 급속도로 쇠락하다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다소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예전만은 못하다는 게 상인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어디에서나 듣게되는 '옛날만 못하죠'란 말이 대구 중심가 상가에서도 터져나온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커피숍·레스토랑 등 젊은층이 찾는 가게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한 호프집에는 대낮에도 손님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서점의 거리' 명성은 추억속으로…

대구 시민들이 기억에서라도 지우고 싶은 2003년 2월18일. 지하철 대참사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수개월동안 차량이 통제되면서 중앙로의 상점들은 대거 옮겨가거나 문을 닫았다. 청운서림, 제일서적, 대구서적 등 한때 잘 나가던 대형서점들도 속속 자취를 감춰 '서점의 거리'도 옛 이야기가 되었다. 금은방, 양복점도 하나둘 사라져 형제·영진양복점 등 몇몇 집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영화관의 거리'는 여전하다. 중앙시네마와 아카데미극장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또 중앙네거리에는 연면적 3만7천191㎡, 지하 3층·지상 9층의 대형복합상가 '파티(Parti)'가 이달말 오픈을 앞두고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파티'에는 기존 영화관 지형을 흔들 아이맥스상영관(사람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영화)과 스타벅스, e스포츠 상설경기장 등 60여개의 외국·수도권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 중앙로 일대 상권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앙네거리 지상 10층의 대구은행 옛 본점 건물. 1970년 지어질 당시 중앙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나 이후 한일·로얄호텔 등 10층 이상의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최고층 자리를 내줬다. 지금은 리모델링을 해 현대식으로 말쑥하게 변했다.

'제일서적에서 보자'란 말이 있을 정도로 수십년간 시민들의 중요한 약속장소이기도 했던 제일서적. 지난해 부도로 문을 닫게돼 지난 2월 1층은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로 바뀌었다. 역시 약속장소로 많이 이용되었던 중앙 파출소.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밤늦은 시간이면 옥신각신하는 취객들의 소동이 파출소 창 너머로 쉬이 목격됐다. 그러나 지금은 조용한 편이다. 파출소 앞 작은 정원은 만남의 장소로 애용된다.

◆ 미스 경북선발대회 열렸던 제일극장

아카데미극장과 함께 44년간 중앙로를 지켜왔던 제일극장. 58년 지었을 때 가장 현대적인 시설이었고 미스 경북 선발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금은 지하 1층에 무대극 전용 문화예술극장으로 변했다. 북쪽으로 몇걸음 옮기면 오른편에 지상 5층·지하 2층의 크고도 아름다운 건물이 보인다. 시내에서 보기드문 디자인과 외형이다. 생활속의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민들레 영토' 대구 동성로점이다. 대구역 방향으로 몇걸음 더 가다보면 영화포스터 벽보판이 밀집했던 구부러진 골목을 만난다.

대우빌딩을 가기전엔 마크사들이 네댓집 붙어있다. 창업이래 점포 손질을 거의 하지 않은 듯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진열장에 전시된 오랜 감사패나 명패에서 과거 지역의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유없이 반갑다.

아직도 축음기로 음악을 들려주는 녹향음악실. 손님이 한명 올까 말까 하는 날도 있지만, 이를 개의치 않는 듯 찾는이를 즐거이 반기는 주인의 눈빛이 여유롭고 넉넉하다. 녹향음악실 바로 옆에는 세계유일의 비디오카메라 전문박물관인 한국영상박물관이 있다. 김태환 관장이 38년여 수집한 국내 최초의 홈비디오, 세계 1호 비디오 등 1천500여점의 영상기기가 재미있는 사연과 함께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0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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