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유적·문화 답사로 보는 '대구의풍경'

기네스가 인정한 대구약령시, 국제 한약 유통의 거점 -2011/02/19-

思美 2011. 7. 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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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가 인정한 대구약령시, 국제 한약 유통의 거점
역사유적과 문화유산 답사로 보는 '대구의 풍경' (16)
정만진 (daeguedu) 기자
 

▲ 약전골목 풍경 '약령시'를 대구사람들은 보통 '약전골목'이라 부른다.
ⓒ 정만진
 
 
대구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유산 중 하나는 '약령시'이다. 이렇게 말하는 시간적 근거는 약령시가 17세기 중엽에 개설되었기 때문이다.
 
대구직할시가 1982년에 펴낸 <대구의 향기>는 약령시의 기원에 두 가지 설이 있다고 적었다. '하나는 진상(進上), 진헌(進獻)에 소요되는 약재의 수집을 위해 관찰사가 감영이 있는 대구에 일년에 두 번 약재시장을 개설한 데서 1658년(효종 9)에 비롯하였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약재가 부족한 일본이 약재 교역을 요청해오기 때문에 이에 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 관계 사무의 실무를 담당하던 경상감사가 대구에 약시를 개설한 데서 인조 때인 1640년에서 1650년 사이에 비롯되었다.
 
이들 두 설은 그 연대는 대체로 비슷하나 그 동기는 다르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구의 약령시 개설은) 어느 한쪽의 동기로써만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중략) 두 목적이 아울러져서 이룩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 약령시한의약문화관 약전골목 한복판에 있다. 1층은 한약재도매상이다.
ⓒ 정만진
 

 
하지만 <대구의 향기>보다 27년 뒤인 2009년에 출판된 약령시한의약문화관의 리플릿은 사뭇 다르게 설명한다. '1640년에서 1650년 사이에' 약령시가 비롯되었다는 말은 사라지고 '1658년 임의백 관찰사가 경상감영 내 객사 주변에 약령시를 개장'하였다고 단정하고 있다. 그리고 '1908년 현 위치(남성로 일대)로 이전'하였고, '1941년에는 조선총독부가 약령시 개장 행사를 불허'하였다고 소개한다. 문화관의 리플릿에 따르면 약령시가 현대식으로 부활한 것은 '1978년 약령시부활추진위원회(가) 발족(되어) 제 1회 약령시 개장행사(를) 개최'한 이후부터이며, '1985년 대구시(가 약령시를) 명소의 거리(로) 지정'했다고 설명한다.
 
이 리플릿은 또 '대구약령시는 (중략) 대구 읍성 안의 객사 부근에서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1개월씩 주기적으로 한약재를 거래했던 전통 한약 시장이다. 우리나라 전역은 물론 만주와 중국, 몽고, 아라비아, 일본, 베트남, 독일, 영국, 러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 한약재를 공급함으로써 국제적인 한약 물류 유통의 거점으로 명성을 떨쳤다'면서 '천하제일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의 꽃으로 피어나다'라며 기세를 떨치고 있다.
  

 

▲ 한의약문화관 내부 전시실, 역사실, 체험실 등 다양한 내용을 갖추고 있어 대구 최고의 실내 답사지로 상찬받을 만하다.
ⓒ 정만진
 
 
대구시가 약령시를 두고 '천하제일', '국제적인 한약 물류 유통의 거점'이라고 큰소리치는 것은 단순한 자화자찬이 아니다. 대구약령시는 2001년 문화관광부가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였고, 한국기네스위원회가 또 다시 '가장 오래된 약령시'로 인증한 바 있다. 대구가 마땅히 내세울 것이 없으니 약령시를 임의로 '천하제일' 운운하며 공연한 자랑거리로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구약령시 방문객이 약전골목을 거닐면서 두드러지게 보고 느낄 만한 곳은 줄지어 늘어선 한약방들과, 서울 인사동 비슷한 보도를 걷다가 만나게 되는 한의약문화관이다. 물론 대구약령시를 방문하기 이전에 www.herbmart.or.kr부터 들러보는 게 좋다. 영어주소에는 mart가 들어있어 무슨 시장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한글주소인 '사이버한의약체험관'을 보면 호기심이 증폭될 것이다.   
 

 

▲ 진맥하는 모습 한의약문화관 내부의 전시 풍경
ⓒ 정만진
 

 

약령시문화관 3층은 대구약령시의 유래와 역사적 발전과정을 영상(3D, 2D 애니매이션)과 그래픽 패널로 소개해주는 100호실, 100년 전 약전골목의 한약방과 객주, 주막을 재현한 세트를 보여주면서 그것들의 역할을 역시 영상과 그래픽 패널로 소개해주는 200호실, 실제의 약재와 한방유물 및 희귀약재, 고의서, 채취기구 등을 전시하고 약초에 얽힌 재미있는 설화를 애니매이션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한 300호실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가 하면 2층은 특히 방문객의 호기심을 잡아끈다. 2층 중에서 400호실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다소 딱딱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한의약의 음양오행, 사상체질, 한약의 작용 등 여러 개념들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는 '한방원리와 몸속 탐험 ZONE'이다. 또 500호실은 '한방웰빙체험실'이다. 이곳을 성실하게 답사한 방문객은 자신의 현재 건강을 체크하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유지법을 알아보며, 체득한 깨달음을 일상생활 속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 박제된 느낌을 받기 일쑤인 기존의 박물관에 들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생동감을 이곳 약령시문화관에서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감히 말하건대, 약령시문화관 이상 가는 실내 답사지는 대구 역내는 물론 전국 그 어디에도 잘 없을 것이다.

 

약령시문화관, 실내 답사지 중 최고 흥미진진할 것

 

물론 대구약령시를 역사유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약령시의 유물로는 크고작은 한약상들이 줄을 지어 들어찬 현대식 약전골목만 있을 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선 시대의 가시적인 고적(古蹟)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구약령시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문화유산이 꼭 역사유적보다 가치가 덜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필자는 앞에서 갓바위, '왕건' 유적, 육신사, 홍의장군 묘소 등을 거론하면서 이미 말한 바 있지만, 대구 아닌 곳에서는 결코 볼 수 없거나, 격이 훨씬 떨어지는 것만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대구의 대표적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으로 내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약령시는 그런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시민들은 약령시의 전통과 장점을 잘 살려 약전골목이 '대구 방문의 해'인 올해를 뛰어넘어 앞으로 더욱 대구의 상징물로 뚜렷하게 떠오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토종약초와 수입약초 감별법 약령시한의약문화관 내부는 방문객들이 갖가지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다. 특히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장치들이 많아 한의약문화관은 실내 답사지로는 아마 전국 최고 수준이 아닐까 여겨진다.
ⓒ 정만진
 
2011.02.19 20:24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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