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대구도심]<30>덕산동 ②도로와 함께 성장하다 | |||||
◆대구의 대동맥 달구벌대로 1979년은 대구의 도로 건설사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행정 용어로 제4호 방사선(삼덕네거리~수성교~범어네거리~남부정류장~고산, 총연장 8천820m)과 제7호 방사선(신남네거리~반고개~두류네거리~성서~강창교~하빈, 총연장 2만40m)을 잇는 삼덕네거리~신남네거리 사이 1천800m 구간이 폭 50m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당시 대동로와 대서로로 불리다 현재 달구벌대로로 합쳐 부르는 대구의 기간대동맥이 온전히 제 모습을 갖춘 게 이때다. 4호 방사선의 경우 수성교~남부정류장 구간(3천450m)은 1978년까지 확장됐고 남부정류장~담티고개 구간(1천165m)은 1982년 말에 완성됐다. 7호 방사선 가운데 신남네거리~성서 구간(6천350m)은 1977년까지 확장을 마쳤다. 1979년에 두 선을 연결하는 도로가 확장돼 약 30㎞의 연장을 갖는 직선도로가 거의 완성됐으니 대구 도로교통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할 만하다. 기간대동맥의 개통은 교통기능뿐만 아니라 도시에 새로운 개발 공간이 주어짐을 뜻한다. 접근성이 좋아져 도로 양쪽으로 공공(公共)공간과 대규모 업무·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됨으로써 도시의 얼굴만이 아니라 골격과 기능까지 바꿔놓는 변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덕산동이 오랜 주거 기능에서 벗어나 이 같은 대도시의 핵심적인 기능을 갖는 변화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덕산지구 재개발과 동아쇼핑 1981년 직할시로 승격한 대구시는 도심 내에 새 길을 뚫고 포장해 도시의 면모를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있던 덕산동 일대에 동아백화점이 관심을 가진 것도 이때였다. ‘대동 대서로의 50m 광로와 중앙로가 교차되는 반월당에 인접해 있어서 장기적인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충분한 주차장을 확보하고 통행인을 흡수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를 마련, 도시 생활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현대식 공법의 대형 쇼핑센터로 개발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화성산업㈜ 동아백화점 30년사) 일대 지주들과의 오랜 협상 끝에 1982년 1월 재개발사업 계약이 체결됐고 그해 12월 공사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84년 12월 15일 동아쇼핑센터가 문을 열었다. 수십년 동안 목조건물로 명맥을 이어온 염매시장에 지상 12층, 지하 3층의 대형 현대식 쇼핑센터가 들어선 날이었다. 덕산지구 재개발사업은 토지수용, 강제철거 등 일방통행식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지주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시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기존 상인 일부가 지하층에서 염매시장 형태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덕분이었다. ‘지주들은 땅을 대고 화성에서는 이 땅에 건물을 짓는 대신 완공 후 지주와 화성이 투자 비율에 따라 매장을 나눠 갖기로 하는 계약이 성립돼 동아쇼핑의 탄생을 보게 됐다. 완공 후 지주들은 처음 약속대로 지하 1층과 지상 1, 2, 3층 매장의 절반 그리고 4층 매장의 300평을 배당받아 동아쇼핑의 한 식구가 되었다.’(하도환 동아쇼핑 지주조합 고문, 화성산업㈜ 동아백화점 30년사) 동아쇼핑은 상업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기능과 도시서비스 기능까지 제공하며 도심 복합시설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 백화점을 비롯해 슈퍼마켓과 전문식당가, 문화센터와 연회장, 사무실과 미술관, 소공원과 어린이놀이터, 방송국 오픈스튜디오 등 도시생활에 필요한 상업과 문화시설이 한자리에 모인 쇼핑센터는 당시로는 유례가 드물었다. 동아쇼핑 개점은 대구·동아백화점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성로 상권을 남쪽으로 확장시키는 촉매가 됐다. 대구의 중심이 중앙네거리 일대에서 반월당 쪽으로 옮겨온 것도 달구벌대로를 끼고 동아쇼핑이 개점한 영향이 컸다.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당시 동아쇼핑이 8층 전관에 문화센터를 개설한 사실도 놀라운 일이었다. 무대공연과 음악회, 영화상영, 세미나, 문화강좌 등을 한꺼번에 열 수 있는 복합시설의 등장은 시민들에게 새로운 도심 생활패턴을 만들었다. 개관기념 공연인 ‘엄마랑 함께 보는 인형극’에 6개월간 5만명의 어린이 관객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누렸다. 지금이야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한 대형 공연시설이 곳곳에 들어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시민회관과 몇개의 공공 공연장, 사설 문화공간이 전부이던 당시로는 문화계의 환영과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시민운동의 중심 대구YMCA 덕산동에는 일제탄압기와 해방정국, 한국전쟁과 군사독재, 민주화투쟁 등 격변이 계속돼온 20세기를 증언하며 민중들과 함께 자리를 지켜온 단체가 있다. 바로 대구YMCA다. ‘일제 말과 해방정국의 격동기를 포함한 지난 세월은 기구(Institude)와 운동(Movement)이라는 2개의 씨줄과 날줄이 상호 보완해온 역사였다. 기구의 자립과 유지라는 시련 가운데서도 젊은이들을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민중의 복지를 향한 관심에 소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간 수행한 프로그램만 수백 가지에 이른다. 청소년, 사회교육, 문화, 체육, 시민복지 등 대구지역 사회의 갖가지 분야에 미치지 않은 바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대구YMCA 80년사) 대구에 기독교가 전래된 것은 1893년 선교사 베어드(William M Baird)에 의해서였다. 그는 경북 일원을 전도여행한 결과 대구가 ▷지리적으로 경북의 중심이고 ▷인구가 많고 ▷부산과 서울을 연결하는 선상에 있고 ▷낙동강을 통해 부산과의 왕래가 용이하고 ▷도청소재지이고 ▷약령시가 있어 상업의 중심지라는 이유로 경북지방 선교의 중심지로 판단했다. 이후 활발한 교육, 의료 등의 사업과 함께 교세가 커지는 와중에 일제의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 중첩됐다. 나라를 잃고 좌절에 빠진 청년들에게 영적 각성과 민족의식 제고라는 취지로 기독교계에서 창설한 것이 YMCA였다. 1903년 서울에서 조직된 이래 독립운동 지사들이 여기에 동참했고 대구에서는 1918년 9월 교남기독교청년회라는 이름으로 창설됐다. 교남은 험한 산이 많은 남쪽지방 즉 영남이란 뜻이다. 이 이름은 해방 후 대구YMCA로 바뀌었다. 창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이듬해 대구 만세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대구YMCA는 전력을 쏟아붓는 바람에 핵심지도자들이 대거 투옥돼 한동안 정체 상태에 빠지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이들이 석방된 1921년에 본격 활동이 시작돼 사회교육, 지역사회 봉사, 농촌계몽 등에 적극 뛰어들었다. 1921년 12월에 활동 자체가 거의 중단됐던 청년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하는 일종의 발대식인 발회식이 열렸다. 여기에서 앞으로 대구YMCA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사업들이 이야기되고 의지를 모았으니 회원뿐만 아니라 참석자 모두에게 벅찬 감동을 주는 자리였다. 아울러 대구YMCA가 오늘날까지 시민들 사이에서 쉼없이 활동하고 사랑받는 이유도 짐작할 만한 행사였다. 현장을 지켜본 동아일보 기자가 쓴 글은 지금 봐도 가슴이 울린다. ‘아! 청년제군의 책임이여. 우리 민족을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도 번영케 하는 것도 모두 청년의 책임이라. 세계적 풍운이 격변하는 이 시대에 청년이 떨쳐 일어나지 않으면 어느 때를 기다리겠느냐. 건전한 남아는 시기를 만들며, 시대는 건전한 남아를 만드나니 지금 세계는 신풍조 신사상이 질풍과 같이 일어나는 시기가 아닌가. 제군이여. 제군의 목전에 가로놓여 있는 사업은 제군이 일어나지 않음을 원망하며, 제군의 손에 목숨이 걸려 있는 민족은 제군의 무능을 한탄하나니라.’(청년의 분기를 촉구함, 대구YMCA 80년사)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 |||||
기사 작성일 : 2010년 02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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