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영남

[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6] 남성로 -2007/04/19-

思美 2010. 4. 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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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6] 남성로
약령시 전시관서 '공짜 약차' 한잔…한약재 경매도 꼭 구경하세요
담쟁이 덩굴 탐스러운 '제일교회 예배당' 은 필수 코스
'화재의연금 비석' 앞에선 100년전 생활상 엿볼 수 있어
남성로 약전골목 전경. 약탕기 조형물이 보여주듯 한약방, 약업사, 제탕원 등 한약재 관련 점포가 가득하다.
남성로 약전골목 전경. 약탕기 조형물이 보여주듯 한약방, 약업사, 제탕원 등 한약재 관련 점포가 가득하다.
4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광신한약방 이용식, 이강훈 부자.
4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광신한약방 이용식, 이강훈 부자.
한약재 도매시장 경매 모습. 두충, 당귀, 백작약 등이 주로 거래된다. 연간 거래량은 800t, 금액으로는 60억원 정도다.
한약재 도매시장 경매 모습. 두충, 당귀, 백작약 등이 주로 거래된다. 연간 거래량은 800t, 금액으로는 60억원 정도다.
약전골목에서 만난 화재의연금 비석.
약전골목에서 만난 화재의연금 비석.

종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남성로가 시작된다(①). 방위를 정하는 기준은 대구읍성이다. 성의 남쪽에 있으니까 남성로이다(앞으로 서성로, 북성로, 동성로를 다루게 될 텐데 기준점은 다 같다). 차가 다니긴 하지만, 걷기에 아주 비우호적인 길은 아니다. 별 다섯개 만점이라면 두개 반 정도는 줄 수 있다.

현재의 남성로는 약전골목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약령시(약 350년)로 경상감영 시절 감영 안 객사 주변에서 봄·가을에 정기적으로 열렸던 계절 시장이었는데, 읍성이 헐린 후 남성로 일대로 이전돼 상설화됐다. 읍성이 헐린 게 1906년과 7년 사이이니,'남성로 약령시'는 곧 100년을 맞는 셈이다. 약령시전시관(②)에 가면 남성로 약령시의 전성기 때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층 전시관 입구에서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약차를 놓치지 말 것. 쓴 맛이 강하지만, 바야흐로 쓴 맛이 웰빙 맛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아닌가. 전시관 주변은 약령테마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약초들이 가득하긴 한데, 테마공원이라고 하기에는 갑갑한 느낌이다. 전시관 1층 북쪽에 한약재도매시장이 있다. 전국에 하나뿐인 도매시장이라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칠판에 쓰여진 그 날 시세를 기준으로 경매가 이뤄진다. 중도매인들이 어떻게 낙찰받나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손으로 하는 가격 제시는 정말 암호같다. 그냥 포기하고 한약재 냄새 가득 맡고 나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남성로 근대건축물 중 가장 명물은 제일교회 예배당(③·1933년 건립)과 그 종탑(37년 건립)이다. 낮에는 예배당 문이 거의 열려 있으니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가서 담쟁이 덩굴이 고운 예배당 벽과 종탑을 확인해 보자. 종탑은 화재가 두어 번 나서 지금의 것은 99년 보수한 모습이다. 제일교회 맞은편 이해영정형외과는 옛날 교남 YMCA가 있던 건물(④·14년 건립)이다.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옆 건축물은 현재 병원의 입원실로 쓰이고 있다.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인보한약방 앞 도로에 오래된 비석(⑤)이 있다. 웬 비석일까? 인보한약방에 들어가서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 탁본을 내온다. 광무 4년(1900년) 6월에 이 인근에 화재가 있었던 모양인데 화재의연금을 낸 명단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 '의연금 합이 5487량인데, 4539량 7전3푼은 화재로 피해입은 화물값으로 지불하고, 900량은 화재로 피해 입은 민가에 나누어 주고(이하 생략)'라고 쓰여져 있다. 재난 시 의연금 모으는 문화는 지금이나 백년 전이나 비슷했던 모양이다.

남성로에서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가업을 하고 있는 대구한약방 최종대 사장(72)과 광신한약방 이용식 사장(67) 가게는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두 분 다 젊은 시절에는 다른 길을 가고 싶어 했다는데, 운명처럼 가업을 이었다. 최 사장 아들은 이 일을 안하고 싶어해 곧 가업 맥이 끊기는 반면, 이 사장 아들 강훈씨(36)는 직장을 다니다 가업을 잇겠다며 요즘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단다. 서운할 법도 한데 최 사장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제일 중요하지"라며 허허롭게 웃었다.

약령서문(⑥)이 나오면 남성로 끝이다.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서성로가 시작된다. '약령서문은 있는데, 약령동문은 어디 있나'하는 의문을 갖는다면 답사의 기본 자세가 된 경우다. 답은, '없다'도 되고 '있다'도 된다. 2002년 약령시 테마거리 사업의 일환으로 중앙파출소 건너편에 약령동문을 세우려 했지만 주변 상가의 반대로 현재 약령테마공원 광장 입구에 약령문이라는 이름으로 어정쩡하게 세워져 있다.



다음 회는 '서성로' 입니다

2007-04-19

 

'맛+영양' 한방음식도 푸짐해요
약350년 역사를 지닌 약전골목. 걷기만 해도 병이 나을 것 같은 거리다. 남성로 일대 800m 골목 양쪽에 한약방, 약업사, 한의원, 인삼사, 약차집 등 350여개 관련 업소가 있다. 그윽한 약재향 맡는 것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한방음식으로 건강도 챙겨보자. 맛과 영양에서 보약 한 첩이 부럽지 않다.

△약전삼계탕: 한약재도매시장 앞. 한약재 듬뿍 넣은 한방삼계탕 전문점. 2000년 일본 NHK TV에 한국의 맛집으로 소개됐다. 손님상에 올라서도 보글보글 끓는 삼계탕(사진)에 곁들여 나오는 인삼주, 양파와 볶아낸 꼬들꼬들한 닭똥집, 큼지막하면서 희멀건 무김치가 별미. 한방삼계탕 8천원.

△원조국수: 수협은행 남대구지점을 끼고 돌아 오른쪽 골목. 일명 '간판 없는 국수집'. 즉석에서 면을 밀어 바로 끓여낸다. 꽃게 국물 육수와 젓갈맛 강한 김치로 인기. 점심 땐 30분쯤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 합석은 기본. 그날 한 반죽이 떨어지면 마친다. 해물육수 칼국수 3천500원.

△약차: 인삼과 당귀, 칡 등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끓인 차. 작은 사발에 담겨 쌉쌀한 뒷맛을 다스리는 생강과 함께 나온다. 한 모금 머금으면 심신이 맑아지는 느낌. 은하, 남성, 세창 등 약전골목 다방의 대표 건강음료. 3천원.
/이애란기자

 

알고 걸으면 더 재미있어요
1) 한약방·한약업사·한약국의 차이

한약재를 판매하는 가게 간판은 '한약방' '한약업사' '한약국' 등 세 종류다. 한약방과 한약업사의 차이는 소매(한약방)와 도매(한약업사)라는 점이다. 한약국은 소매라는 점에서 한약방과 같지만, 보건 제도 개편으로 4년제 한약학과를 나온 사람이 낼 수 있는 점포라는 점에서 다르다. 약전골목에 한약국은 딱 하나 있다.

2)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

1978년부터 조선시대 약령시개장행사를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전통 한의약축제로 올해는 5월2일부터 6일까지 열린다. 향긋한 약초 내음과 한약 관련 행사가 다양하게 어우러져 2001년부터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됐다. 올해는 기존 축제 내용에 한방음식 전시와 시식 및 판매, 그리고 전통 초가집으로 특별제작된 한방문화체험관이 더 추가된다. 지난해 축제 참가 인원은 45만명이었다.

3) 한약재도매시장(약령시전시관 1층) 경매

1과 6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날 열리는 5일장으로, 오전 11시30분부터 30분 정도 열린다. 전국 각지의 중도매인 30명이 거의 고정적으로 참가한다. 남성로 답사 날짜를 잡는다면 이왕이면 경매가 열리는 날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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