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영남

[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2부 .1] 부산(상)초량·동광·보수동 -1025

思美 2010. 4. 16. 15:31
728x90
반응형

[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2부 .1] 부산(상)초량·동광·보수동
외국인타운·40계단 테마거리·헌책방골목…가는 足足 눈이 즐겁다
'보따리 무역' 대명사 외국인거리엔 신발가게 약국 간판도 온통 '키릴문자'
40계단 테마거리엔 아직도 피란민 흔적 오롯이
40계단 문화관에 오르는 소라계단은 부산의 지형을 재미있게 살린 사례이다.
40계단 문화관에 오르는 소라계단은 부산의 지형을 재미있게 살린 사례이다.
40계단 문화관에서 판매하고 있는 기념품. 40계단 주변에 설치된 조형물을 축소한 것이다.
40계단 문화관에서 판매하고 있는 기념품. 40계단 주변에 설치된 조형물을 축소한 것이다.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진짜 40계단. 현재의 40계단 북쪽에 있다.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진짜 40계단. 현재의 40계단 북쪽에 있다.
40계단 주변에 설치된 '아버지의 휴식'이라는 조형물. 피란 당시 힘든 노동속에 잠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표현했다.
40계단 주변에 설치된 '아버지의 휴식'이라는 조형물. 피란 당시 힘든 노동속에 잠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표현했다.
화교 학교와 가게들이 모여 있는 초량동 상해거리.
화교 학교와 가게들이 모여 있는 초량동 상해거리.

골목 2부를 시작하며…

'골목 2부'에서는 대구를 떠나 다른 도시의 골목을 찾아갑니다. 부산, 전주, 인천, 수원, 광주 그리고 서울의 골목을 각각 1~2회씩 소개합니다. 다른 도시의 골목에서도 한편으로는 정겹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이라는 불도저에 그 존재마저 위협받는 삶의 풍경들이 대구와 비슷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골목이 껴안고 있는 역사의 무늬는 서로 다릅니다. 골목팀과 함께 낯선 도시의 화려한 대로에서 벗어나 그 뒷골목으로 색다른 여행을 떠나 보세요. 그 도시의 속깊은 맨살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익숙한 도시의 낯선 골목, 낯선 도시의 익숙한 골목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부산 골목 답사 대상지는 부산역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초량동, 남쪽으로 중앙동과 남포동 등 지하철역 네 정거장 구간이다. 하고많은 부산의 지역 중에서 이 곳의 골목을 둘러보기로 한 것은 이 곳에 근대에서 현대로 오는 부산의 역사가 거의 다 녹아 있기 때문이다. 부산 지도를 펴 놓고 볼 때 대청로를 기준으로 북쪽을 먼저 훑고, 남쪽은 다음회에 찾아간다.

출발은 부산역에서 한다. 대구에서 기차로 1시간30분(무궁화호). 역사(驛舍)를 나오기 전에 부산역관광안내소(2층)에서 지도를 챙겨들면 부산의 골목을 둘러볼 준비완료.

부산역을 등지고 큰 길(중앙로)을 건너면 외국인타운으로 유명한 초량동이다. 초량 상해거리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배우 최민식이 자기가 감금됐던 사설감옥으로 배달돼온 만두를 찾기 위해 뒤지던 중국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바로 그곳이다. 최민식이 찾던 군만두보다는 동그랗고 큰 공갈빵과 따뜻한 콩국물에 설탕과 과자를 넣어 먹는 콩국이 이 거리의 별미다. 역사적으로는 1884년 이 곳에 청나라 영사관이 세워진 것을 계기로 형성된 중국인 집단거주지로 '청관거리'로 불리다가 93년 부산시와 상해시가 자매결연한 것을 기념해 '상해거리'라는 명칭을 얻었다.

상해거리와 연결돼 있는 초량 외국인거리에선 술집, 신발 가게, 약국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온통 키릴 문자다. 한 때 '텍사스 거리'라고도 불렸는데,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외국 선원과 미군 병사들을 위한 유흥시설이 이 거리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인들이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며 보따리 무역을 하면서 이 거리는 성업을 이루었다. 러시아 보따리상들이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를 찾아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러시아 여성들의 불법취업을 막기 위한 출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이곳의 경기도 옛날만 못하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초량동을 나와 지하철 중앙로역까지 이동한다. 중앙로역 13번 출구 쪽으로 나오면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와 만난다. 40계단은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 삶의 대명사 같은 곳이다. 당시 이 주변에 역과 항, 세관, 우체국 등 주요 시설이 몰려 있어 피란민들은 이 곳에서 판잣집을 얼기설기 엮어 지냈고, 밥벌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 6·25전쟁 세대에게 아픈 역사로 남은 이 계단은 젊은이들에게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비 속 암살의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부산 중구청은 이 계단에 얽힌 '역사'와 '영화'를 '상품화'했다. 40계단 주변에 50·60년대 냄새가 물씬 나는 조형물을 설치했고, 전시공간인 '40계단 문화관'도 만들었다. 문화관에서는 40계단 조형물을 기념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아주 세련된 관광상품은 아니지만 그 시도나 내용 면에서 부러워할 만하다.

40계단 주변으로 전주에 앉은 까치 등 정감가는 거리 소품들이 곳곳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어 아기자기한 맛을 더해준다. 그 중의 압권은 40계단 문화관 앞의 소라계단이다. 부산은 지형적으로 산을 깎아 만든 도시라 계단이 많다. 그 많은 계단 중 한 평범한 나선형 계단에 '소라계단'이라 이름을 붙이고 장식을 조금 했더니 유명한 계단이 되었단다. 별 거 아닌 것을 별 거로 만드는 것이 골목의 힘이 아닐까. 아, 참!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진짜 40계단은 지금의 40계단에서 10m쯤 북쪽에 있다. 원래 40계단은 사유지라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인근에 새로 계단을 만들었다.

대구의 남산동 인쇄골목을 연상시키는 동광동 인쇄골목으로 빠져나와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향한다. 좁은 골목 150여m를 따라가며 크고 작은 책방이 좌우에 길게 늘어서 있다. 책방골목의 시작은 195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군들이 보던 헌 잡지와 학생들의 헌 참고서 등을 끌어모아 파는 헌책방이 하나 둘 생겼고, 당시 피란민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피란 때 가져온 고급서적과 희귀본을 헐값으로 이 곳에 팔았다. 게다가 이 곳은 피란학교인 오산학교와 대신동 일대의 동아대, 경남고 등 여러 학교 학생들의 등하교 길목이어서 늘 학생들로 붐볐다. 수요와 공급이 척척 맞아 한창 전성기 때는 그 규모가 70여곳에 이르렀다고 한다. 더러 귀중한 옛 책이 파묻혀 있기도 해서 나이 지긋한 학자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일도 많았다.

옛날의 영화는 지나갔다고 하지만, 골목의 냄새가 흠뻑 묻어난다. 헌책이 새책으로, 희귀한 고급서적이 만화와 패션잡지, 그리고 참고서로 바뀌긴 했지만, 책을 주제로 한 골목의 색깔은 여전히 확연하다. 매년 9월이면 이 골목에서 문화 축제가 열리고, 몇 년 전에 홈페이지(www.bosubook.com)를 열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얼굴을 달리하면서 정체성을 유지하는 골목을 부산에서 보았다.

다음회는 부산(하)-부평·광복·남포동입니다

 

2007-10-25


[인터뷰] 양수성 보수동 책방골목 古書店 대표
30代 사장답게 온라인으로도 판매
"예전만큼 못하지만 축제 진행하고 전시회도 열다보면 희망이 생겨요"
젊은 사람이 헌책방을 열성적으로 운영한다기에 찾아갔다. 보수동 책방골목 '古書店'의 양수성 대표(34). '책방골목이 옛날보다 많이 침체됐다는데' 하고 운을 떼니 그는 정색을 했다.

"물론 옛날만큼 못하긴 하죠. 인터넷 서점이 발달하니까 시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책을 찾는 사람은 많습니다. 일부러 이 곳을 찾아오는 분들도 많고요. 시대의 변화로 인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온라인 서점도 운영하고 있지요. 저는 이 골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책방골목에서 태어났고, 골동품과 고서적 유통업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헌책을 사업적으로도 배웠다. 자신의 서점을 내고 나서는 이 골목의 상가번영회 총무일도 맡아 골목 전체의 활성화에도 신경을 쓴다. 1996년부터 시작된 보수동 골목축제의 실무를 지금은 그가 챙기고 있다. 지난 9월 말에 열린 올해 축제 때는 연극과 시, 재즈공연과 함께 부산고서동우회(그의 아버지가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희귀 책들을 소개하는 한국 근대희귀본 전시회도 열었다.

"이 골목의 고객은 초등학생부터 팔순 어르신까지 다양합니다. 경기가 안 좋다고 문화 골목의 자부심을 잃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