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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2부 .3] 전주 한옥마을 -2007/11/08-

思美 2010. 4. 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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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2부 .3] 전주 한옥마을
바람도 쉬어가는 '고택에서 하룻밤'
전통차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전통고택 풍남헌 방에서 바라본 마당 풍경.
전통차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전통고택 풍남헌 방에서 바라본 마당 풍경.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당에 쑥을 피운 다원에서 차를 마시며 한옥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다.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당에 쑥을 피운 다원에서 차를 마시며 한옥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다.
양사재는 전주 향교의 부속건물로 유생을 교육했던 공간이다. 온돌방 구들이 센 군불 열기에 그을려 있다
양사재는 전주 향교의 부속건물로 유생을 교육했던 공간이다. 온돌방 구들이 센 군불 열기에 그을려 있다

설렌다. 이름에 정겨움이 묻어난다. 한옥마을. 아파트 홍수시대에 낯선 느낌을 준다. 타임머신을 타야만 도달할 것 같은 과거의 마을. 전주에 그런 마을이 있다.

전주시 완산구 교동, 전동, 풍남동 일대에 650여채의 한옥이 처마를 맞대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이다. 그런데 좀 다르다. 단순히 과거를 재현한 마을이 아니다.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포장된 한옥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1930년대부터 자연스레 형성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거듭했다. 일상생활에 편리하도록 새롭게 지어졌다. 한옥마을의 중심은 한옥이 아니라 사람이다.

한옥마을 답사의 출발점은 관광안내소다. 한옥마을 지도 한장을 받아들고 맨먼저 오목대에 오른다. 이성계가 고려 말 남원 황산에서 왜적을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 승리를 자축한 곳이다.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그마한 골목들이 한옥마을 지붕들 사이로 거미줄처럼 엉켜 있다.

오목대 아래의 공예품전시관 마당. 굴렁쇠를 굴려보고, 투호도 던져보는 체험마당이다. 잠시 동심에 젖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목대에서 풍남문까지 이르는 500여m의 태조로(路)는 차량을 통제하고 사람이 여유롭게 걸을 수 있도록 도로 바닥에 시멘트 블록을 깔았다. 길 양쪽에 1970년대에서나 봄직한 이발소와 점집이 눈길을 끈다.

기와집 사이에 바로크풍 건축양식의 전동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100년 역사를 가진 호남지방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다. 기와집과 성당 사이에 거리감은 없다. 오랜 세월을 함께 호흡한 기운이 느껴진다. 성당 건물의 기초는 전주성의 돌을 사서 쌓았다. 영화 '약속'의 남녀 주인공이 결혼서약 장면을 찍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전동성당 맞은편 경기전은 이성계의 영정을 봉안한 곳이다. 경기전 입구에 '전국에서 가장 예쁜' 하마비가 버티고 섰다. 암수 한 쌍의 사자 조각을 받침돌로 삼아 비를 올린 것으로 수컷은 입을 벌리고, 암컷은 입을 다물고 있다. 암수 구별을 어떻게 할까. 어른들은 엉덩이의 크기를 확인하고, 젊은이들은 '뭔가'를 찾는다. 경기전의 수문장인 사자의 얼굴에 능청스러움이 묻어난다. 경기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조경묘는 전주이씨의 시조와 시조비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다. 경기전은 '명성황후'나 '궁' 등 드라마 촬영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경기전을 벗어나 골목길에 접어들면 개소리가 요란스럽다. 제 동네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발자국 소리로 눈치채고 있다. 견공(犬公)의 위세에 밀려 최명희 문학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호남의 세시풍속과 생활사를 생생한 우리말로 복원해 '모국어의 보고'로 평가받은 대하소설 '혼불'을 남긴 최명희의 삶과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전시실에는 최명희의 약력과 사진, 친필 원고와 편지 글이 가득하다.

갈대 우거진 전주천변의 전주향교는 영화 'YMCA야구단'의 촬영장이었다. 대성전과 명륜당 앞뜰에 400여년 된 은행나무가 2그루씩 있다.

한옥마을 관광의 묘미는 단연 체험이다.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악 체험장 아세헌, 정자에 무쇠솥을 걸어 지리산 야생 찻잎으로 수제차를 만드는 풍남헌, 마당 가득 장독대가 줄지어 있는 동락원, 100년 전 오대산 등에서 나무를 가져와 99칸으로 지었다는 수원백씨 종택 학인당, 조선 마지막 황손이 사는 승광재, 향교 부속시설이던 양사재에서 하룻밤 묵어보는 한옥 체험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옛 사람들의 생활문화와 예절, 전라도 햇볕으로 말린 차 맛을 음미하는 다례 체험은 은은한 즐거움을 준다.

전통놀이뿐 아니라 전통술 빚기와 한지·공예 체험도 색다른 즐거움. 북 치고 장구 치고 가야금까지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사랑채와 안채로 나뉘어져 있는 한옥생활 체험관은 조선시대 양반집을 연상케 한다. 하룻밤을 묵을 경우 조선시대 양반이 될 수 있다. 따뜻한 구들장에 단잠을 자고, 아침에 놋그릇에 나오는 정갈한 5첩 반상을 받는다.

한옥마을에도 아쉬움은 있다. 한옥지붕을 둔 서양식 시멘트 집과 공중전화 부스의 플라스틱 기와지붕은 왠지 우스꽝스럽다. 전통의 재창조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물음표를 던져준다.

전주 '가맥'을 아시나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먹는 즐거움이다. 전주는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다. 음식문화가 잘 발달돼 있고, 술 문화도 독특하기 짝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정확한 위치를 몰라도 된다. 택시를 타면 알아서 데려다준다.

전주에는 '가맥'이 있다. 슈퍼마켓의 야외테이블에 앉아 마시는 '가게 맥주'의 줄임말이다. 맥주는 가게에서 파는 병맥주지만 안주가 맛깔스럽다. 안주를 먹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을 정도. 북어와 노가리, 갑오징어와 한치, 멸치와 땅콩, 풍성한 계란말이가 주메뉴다. 주인아주머니가 연탄 화덕에서 직접 구워낸 갑오징어와 북어 안주는 일품이다. 입에 달라붙는 양념장맛이 새롭다. 대구와 달리 전주의 '가맥 슈퍼마켓'에는 맥주 테이블로 채워져 있다.

전주의 막걸리 코스는 인기 절정이다. '만원의 행복'으로 불린다. 만원이면 푸짐한 상차림을 받는다. 막걸리 한 주전자 값만 내면 안주는 공짜다. 꽃게장에다 새우, 문어회, 삶은 다슬기, 꽁치김치찌개, 찐 옥수수, 고구마, 회무침, 호박전 등 기본안주가 한 상 가득이다. 한 주전자를 추가할 때마다 특별안주도 나온다. '이러고도 남나?' 싶을 정도로 안주가 많다. 최근 안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예 옻닭 한 마리를 통째로 주는 곳도 있다. 막걸리를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요구르트를 섞어 먹기도 하고, 침전물을 가라앉혀 위쪽 술만 떠마시는 '맑은 술 막걸리'도 있다.

밤늦게까지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면 해장은 필수. 전주의 콩나물국밥은 언제나 상종가이다.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팔팔 끓여내는 콩나물국밥과 뜨겁지 않게 남부시장식 국밥말기 콩나물국밥도 있다. 콩나물국밥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모주(母酒) 한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모주는 막걸리에 여러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여낸 해장용 보양음료로 술이라기보다 오래 달인 한방차 맛이다. 콩나물국밥보다 모주를 마시기 위해 해장국집을 찾는 손님도 있다.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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