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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선교사 블레어 주택. 현재 교육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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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동과 신천둔치를 연결하는 삼덕지하보도의 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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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산
고풍스러운 멋과 이국적 풍경이 함께
선교사들 삶의 자취도 고스란히 간직
대구의 동산은 현대 조경이 쉽게 빚어낼 수 없는 고풍스러움과 이국적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또한 민족 독립운동의 숨결과 20세기 선교사들의 삶의 자취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일대 경관의 면모를 잘 몰라 일반 시민들의 발길은 뜸한 편이다. 동산의료원이 자리잡은 이곳은 병원과 나들이·산책 장소가 쉬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늘 한적하고 여유롭다.
100여년 역사의 동산의료원에는 도심 어느 공원보다 고즈넉하고 멋있는 곳이 많다. 의료박물관 부근의 넓은 잔디밭 동산정원은 이미 전국적 명소. 대구에서 유일한 서양식 근대 정원과 선교사주택이 풍기는 이국적 분위기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물론 2005년 '6월의 일기' 등 영화로케이션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1월 촬영한 영화 '강적'의 조민호 감독은 "너무 아름답고 고풍스러워 영화계에서 눈독을 들일 만큼 멋진 촬영 장소였다"고 평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적벽돌과 담쟁이, 정원수…. 의료박물관, 교육역사박물관 등 선교사들 주택은 100여년 세월의 더께를 보여준다. 주변에 한참 머물면 세월을 거슬러 이국을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계성고는 TV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아름다움 담쟁이를 자랑한다.
교육역사박물관 2층은 대구지역 독립운동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3·1운동의 각종 자료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던 총기와 같은 종류의 권총, 일본도 등 흥미를 끄는 전시물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지역 독립운동 관련 유물이 제대로 전시된 공간이 없는 대구에서는 소중한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소담스러운 골목 '대구 3·1운동길'. 90계단을 천천히 밟고 내려가면 비장했던 만세행렬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선교사의 주택, 제일교회, 구암서원, 만세운동길 등 대구 근대사를 오롯이 담고있는 동산을 가볍게 거닐며 역사투어를 해보자.
(2) 삼덕동3가
골목 구석구석엔 사람 사는 냄새가…
콘크리트 담장엔 소담스러운 벽화가…
도시의 골목이 반드시 삭막하지만은 않다. '이웃의 정'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도시 골목의 이미지를 바꿔놓는다. 도시 곳곳을 점령한 빌딩숲에도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골목들이 꽤 많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3가의 골목이 그렇다. 골목마다 사람사는 냄새가 '폴폴' 난다. 삼덕동3가의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다.
삼덕동3가의 골목에서는 40여년차 '고참'부터 새로운 주민이 된 '신참'까지 가족처럼 지낸다. 대구의 중심에 위치하면서도 계절의 미학이 느껴진다. 처마 밑에 제비집이 매달리는 봄, 매미 우는 여름, 단풍지는 가을, 눈꽃 맺는 겨울이 삼덕동3가의 골목을 풍성하게 한다.
마을 한가운데의 동덕4길은 1997년부터 이어진 '살기 좋은 삼덕동 만들기'의 결정판이다. 담장 허물기 운동이 시작된 곳으로 전국에서 마을공동체 삶의 문화를 배우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녹색가게와 애기똥풀 놀이방, 일자리지원센터, 청소년쉼터가 자리잡고 있다. 학교와 종교시설, 전업사, 작은 식당, 중국집, 상점, 문구점, 만화방 등이 마을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벽화거리는 삼덕동3가의 대표 골목이다. 담장을 허물진 않았지만, 마음은 따뜻하게 열어둔 집들이 모여 있다. 콘크리트 담장이 캔버스로 변한 골목이다. 전통문양을 새기거나 고대 동굴 암각화를 모사하고, 병뚜껑을 모아 예쁘게 꾸민 벽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노천 갤러리가 따로 없다.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병뚜껑, 항아리 조각 등으로 꾸민 독특함이 눈길을 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내건 문패도 벽화의 맛을 더한다.
벽화거리 옆 골목의 일본식 주택인 빛●미술관과 전통한옥 마고재는 마을의 명품이다. 건물이라기보다는 광장이다. 각종 전시회와 마을 잔치판이 벌어지는 장소이다. 삼덕초등의 무대벽화, 신천으로 열린 삼덕지하보도 벽화, 버스를 이용한 어린이 이동도서관 등도 볼거리. 삼덕동3가 골목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 공동화와 재개발 속에서도 남아 있는 사람 냄새다. 삼덕동3가 골목을 걸으면 각박한 도시 생활에 막힌 숨구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는다.
(3) 진골목
역사와 풍경이 적당하게 어우러진…
좁지만 걷기에는 충분히 여유로운…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300m 남짓되는 자그마한 골목이 10대1의 경쟁을 뚫고 '베스트 골목'에 뽑혔다. '골목탐사팀과 떠나는 워킹투어' 10번째(5월18일)로 소개된 기사를 다시 보니, '한 때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소박한 먹거리가 어우러진 훌륭한 보행길' '별 다섯 만점에 최소 4.5개' 등의 문장들이 눈에 띈다. 평가의 잣대를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해도, 이 골목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골목이 골목 체험하기에 '있을 건 다 있기' 때문이다.
이 골목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다양한 적당함'이다. '적당하게' 역사가 남아 있고, '적당하게' 좁고 '적당하게' 길며, '적당하게' 먹을 식당들이 풍성하다. 대구 근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달성 서부자들의 역사는 정소아과 건물에 그 흔적이 남아 있고, 시와 그림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한 때'가 미도다방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요컨대 하드웨어적으로, 동시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역사'가 있다.
게다가 보행 환경이 각별히 좋다. 좁아서 차가 들어올 수 없으니 불법 주차가 없고, 요란하게 장사하는 가게가 없으니 불법 광고물도 거의 없다.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평화로운 골목이다. 좁지만, 걷기에는 충분히 여유로운 폭이다. 거리도 적당하다. 중앙시네마 뒤편길에서 홍백원 뒤쪽까지 어린아이라도 피곤하지 않게 걸을 만한 거리다. 진골목의 매력을 완성하는 것은 소박한 식당들의 소박한 음식이다. 한옥을 개조한 식당들의 상차림은 과하지 않고, 조미료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진골목의 진가는 이같은 상품화의 가능성이다. 역사와 먹거리, 풍경이 적당하게 어우러지는 골목이 흔치 않으니, 골목을 테마로 하는 관광상품의 공간으로는 최적이다. 그러나 아직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 '다양한 적당함'을 적절하게 상품화하지 못해 대구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좁고 평범한 골목길로만 기억될 뿐이다. 좋은 재료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가 진골목에 남은 숙제다.
2007-10-18 |